
아주경제 이수완 기자 = 미국의 현직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8년 전 정적'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다.
오바마는 27일 밤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주(州) 필라델피아의 농구경기장 '웰스파고 센터'에서 진행된 민주당 전당대회 사흘째 행사에 등장해 약 46분간에 걸친 격정 연설을 통해 클린턴 후보가 다음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와 더불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왜 미국 대통령의 자격이 없는지를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클린턴 후보에 대해 "한 가정의 엄마, 할머니로서 그런 가치를 위해 평생을 바치고 아이들의 번창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할 후보, 장벽을 허물고 유리천장을 깰, 또 모든 미국인을 위한 기회의 영역을 확대할 단 한 사람의 후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사건을 염두에 둔 듯 "힐러리도 마땅히 받을 만한 비판을 받았다. 그녀도 스스로 실수한 것을 안다"면서 "나도 그렇고 모두가 실수하듯 우리가 뭔가를 할 때는 실수가 일어나기 마련"이라며 클린턴 후보의 '약점'을 두둔하기도 했다.
반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날드 트럼프에 대해선 "진정한 해결책 없이 슬로건과 공포만 내세운다"면서 "지난주 (전당대회가 열린) 클리블랜드에서 들린 목소리는 공화당원도 보수도 아니었다. 우리가 들은 것은 서로를 향해 등을 돌리고 세상을 등지는 나라에 관한 비관적 전망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오바마는 이날 전당대회에서의 연설을 할 뿐만 아니라 올 가을로 예정된 힐러리 클린턴의 유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현지언론들은 전했다.
이는 지난 2008년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행보와는 대비되는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8년 전당대회에도 불참했으며, 선거 유세에서도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같은 오바마의 적극적 행보가 클린턴의 당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일단 오바마의 높은 지지율은 긍정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이번달 ABC 뉴스와 워싱턴 포스트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의 지지율은 무려 56%에 달했다. 이는 2008년 집권 초기 이래로 가장 높은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치보좌관 출신이자 현재 CNN의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비드 액셀로드는 "지금 이 시기에 56%라는 지지율은 매우 높은 것이다"라면서 "자기 당의 후보를 위해 이렇게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대통령은 처음이며, 게다가 그는 인기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오바마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리기 때문에 일부 유권자들에게는 오바마의 활발한 지원유세가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미국 근대사에서 첫 민주당의 정권계승이 이뤄지게 된다. 이는 곧 지난 8년동안 오바마가 추진해 왔던 진보적인 정책들이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