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는 해당 카드사들이 모두 항소한 것에 대해 이 사건으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수백억원의 민사소송이 걸려있는 만큼 유죄를 쉽게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동아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농협과 KB국민카드에 각각 법정 최고형인 벌금 1500만원, 롯데카드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개인정보 유출 범죄는 그 자체로도 피해자들에게 큰 정신적 고통을 줄 뿐 아니라 2차 피해가 일어날 우려도 있는 중대하고 심각한 범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카드 3사가 항소에 나선 이유는 수백억원대의 민사소송이 진행 중에 있어, 쉽게 죄를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NH농협카드는 정보유출 사태로 인해 2012년 6월 2197만명, 10월 2235만명, 12월 2259만명이 피해를 보았다. 국민카드는 2013년 2월 4321만명, 6월 4321만명의 정보가 빠져나갔다. 롯데카드는 2013년 12월 1759만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이로 인해 NH농협카드는 90건의 민사소송이 진행돼 약 5만5000명으로부터 279억 가량의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 됐으며, KB국민카드에는 약 9만여명으로부터 480억원 가량의 소송이 제기됐다. 롯데카드는 5만4000명으로부터 350여억원의 소송이 제기됐다.
이같이 최근 개인정보 유출 피해고객들이 제기한 민사소송 1심에서 카드사들은 피해고객 1인당 10만원씩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1심 판결로 인해 NH농협카드는 55억원, KB국민카드는 90억원, 롯데카드는 54억원 가량의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형사소송 판결이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불리한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 항소했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민사소송 1심 판결로 수십억원의 배상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형사소송에서 패소를 쉽게 인정하면, 다음 민사소송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가뜩이나 불경기를 타고 있는 카드업계로서는 배상금액을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어, 항소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보유출 카드 3사는 2012∼2013년 신용카드 부정사용예방시스템(FDS)을 개발하면서 내부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FDS 용역업체 직원이 고객정보를 마음대로 빼갈 수 있게 해 기소됐다.
개인정보를 빼낸 사람은 FDS 용역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 박모(40)씨다.
박씨는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을 이용해 수시로 개인정보를 빼냈고, 이 정보를 대출 알선업자에게 넘겨 수천만원을 대가로 받았다. 이로인해 수천만명의 개인정보가 대부업체 등 대출업자들에게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