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초희, 숨기지 않는 배우의 신비로움

2016-07-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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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빨로맨스'에서 달님이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초희[사진=화이브라더스 제공]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그냥 저를 많이 보여드렸어요. 예쁘게 보이려고 하거나 굳이 아우라가 있는 느낌을 풍기거나 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저자세도 아니었고. 그냥 '제가 이초희입니다. 좋으면 함께하세요. 원치 않으시면 다음에 다시 봬요'라는 태도였고 감사하게도 그걸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이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건 듣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 날씨의 어느 날, 아주경제 사옥 앞 대로변에 서 있던 배우 이초희와 만난 건 그로부터 약 30분 전이었다.
지난 2009년 영화 '세인트 지미'로 데뷔, '파수꾼', '전국노래자랑', '인생은 새옹지마', '오리엔테이션' 등 꾸준히 영화에 출연한 그는 지난 2014년 방송된 JTBC 드라마 '하녀들'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tvN '꽃할배 수사대', KBS2 '후아유 - 학교 2015', SBS '육룡이 나르샤', MBC '운빨로맨스'를 거치며 이초희는 이제 대중에게 퍽 익숙한 얼굴이 됐다.

그럼에도 그에게선 남들을 신경쓰거나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듯한 분위기가 풍기지 않았다. "예민한 거 하나 물어봐도 돼요?"라는 물음에 "일단 한 번 들어볼게요"라고 대답할 정도로 꾸밈 없고 솔직했다. 여러 배우들이 '뭔가 있어보여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때 '숨기는 건 없고 그냥 이게 전데요'라는 듯 이야기하는 이초희는 오히려 그래서 더 신비로웠다.
 

'운빨로맨스' 스틸 속 이초희[사진=화이브라더스 제공]


"예쁜 역은 욕심이 안 나고요 주인공 욕심도 크진 않아요. 아직까지는. '위로 올라가야만 좋은 걸까'라는 생각도 들고 '지금 이 자리에서 조금 더 내 영역을 넓히는 게 좋은 걸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예를 들어 라미란 선배처럼요. 대체불가능한, 저 사람이 아니면 잘 상상되지 않는 그런 배우를 꿈꾸기도 해요. 다만 대본에서 롤이 클수록 그 캐릭터에 대해 많은 걸 극에서 설명할 수 있으니까 그런 면에선 욕심이 나죠. (주인공은) 대본에서 받는 힘이 크니까요."

슬슬 주연이나 예쁜 캐릭터 욕심이 나지 않을까 해 던진 질문에도 이렇게 솔직한 답이 돌아오니 더 이상 짓궂게 몰아붙이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솔직히 드라마를 그리 재밌게 보진 않았다"는 말에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웃는 얼굴을 보고 정말 깨끗이 포기했다. 그리고 그냥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하녀들' 때부터 눈여겨 봤던 이 배우는 작품 자체의 성패와 별개로 작품 안에서 꾸준히 제몫을 하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운빨로맨스' 역시 시청률은 다소 아쉽게 마무리했지만 이초희가 맡았던 달님이란 캐릭터만큼은 여러 시청층의 사랑을 두루 받았다. 달님이는 교정기를 착용한 귀여운 외모에 동네방네 일에 다 관여하는 '오지라퍼'였지만 밉지 않았다.

물론 대본, 연출, 연기 삼박자가 맞아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매 작품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만드는 힘의 근원은 아마 배우에게 있을 터다. 하지만 이초희는 겸손했다. "그렇게 예쁘지 않지만 그렇게 못생기지 않았고 뭐든 시키기 편한 얼굴이라 그런 것 같다"는 게 그가 생각한 사랑받는 비결이다. 그리곤 "여배우들 옆에 있으면 '내가 한참 모자라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 덧붙는다.
 

배우 이초희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프레인TPC 제공]


브라운관이든 스크린이든 자주자주 보고 싶은 이 배우는 아쉽게도 잠시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다. 인터뷰에 함께 자리한 소속사 직원은 이초희가 데뷔 후 제대로 쉰 적이 없음을 귀띔했다. 생애 첫 해외여행도 곧 계획돼 있다.

"차기작은 아직 모르겠어요. 계획한다고 해서 계획대로 되지는 않으니까요. 제가 뭘 원한다고 그 캐릭터를 제게 줄지도 모를 일이고요. 다만 지금 생각하는 것은 이번엔 '내가 좋은 작품. 내가 재밌게 읽은 작품'을 해보고 싶단 거예요. 어떤 작품을 좋아하냐고요? 공포 빼고 거의 모든 장르요. 공포는 정말 못 할 것 같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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