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앞서 올해 초 핀테크업체가 규제로부터 자유롭게 새로운 기술·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레귤러터리 샌드박스'를 이르면 이달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운용 방향 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샌드박스란 집 뒤뜰에 모래사장이 깔려 있어 아이가 다치지 않고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즉 핀테크업체들이 안전하게 기존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새로운 금융상품과 사업 모델을 자유롭게 선보이고 검증받을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르면 7월쯤 이를 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 개월이 지났지만 관련 작업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최근 재발의된 '지역전략산업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규제프리존법)'에서도 핀테크 업종이 제외되면서 핀테크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핀테크업체 입장에서는 기술을 상용화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사전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규제로 인해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핀테크 스타트업은 최근 시중은행과 협업을 통해 해외송금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해당 서비스를 확인 받는 절차에서 제동이 걸렸다. 규제를 핀테크 스타트업의 기술이 아닌 은행에 맞추면서 출시 작업이 지연된 것이다. 결국 이 업체는 서비스 출시를 사실상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핀테크업체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핀테크 기술이 필요해 스타트업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과도한 규제를 적용하다보니 실제 서비스 출시가 어려운 현실"이라며 "당국에서는 은행이 서비스를 빌미로 계좌를 유치하려는 목적 아니냐면서 제동을 건다"고 호소했다.
스타트업들이 은행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 역시 규제로 어려운 상황이다.
예를 들어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선불업은 최소자본금 20억원, 지급결제대행(PG)업과 결제대금예치업은 10억원이 필요하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상용화가 불가능한 셈이다.
이와 관련, 홍준영 한국핀테크연합회 상임부회장은 "현재 우리 금융 정책은 갈라파고스형 정책으로 규제를 통해 안전하기는 하지만 세계 시장으로 확대할 수 없다"면서 "핀테크 산업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레귤러터리 샌드박스와 같은 규제프리존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