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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레스보스섬의 난민 캠프를 찾은 모습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그리스 여류시인 사포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섬 레스보스는 지난해 빈곤과 억압으로부터 탈출한 난민들을 따뜻하게 품어 사랑과 박애의 섬으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프란체스코 교황, 반기문 UN 총장, 요르단 라니아 왕비, 안젤리나 졸리 등은 레스보스섬을 직접 찾아 주민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AFP는 현지 상공회의소 자료를 인용하여 레스보스섬의 호텔 예약률이 10%밖에 되지 않고 6월 레스보스섬 여행 규모는 전년 동월비 64%나 급감했다고 전했다. 또한 레스보스섬을 오가는 전세기는 일주일에 27편에서 9편으로 줄었다.
해변 근처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마릴레나 고구치는 텅 빈 테이블을 바라보며 “이민 위기 이후 힘든 시기가 올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시리아와 이라크, 아프간 출신의 난민 80만 명이 터키와 불과 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레스보스섬을 지나갔다.
지난 3월 EU와 터키의 난민송환협정 이후 이곳으로 유입되는 난민은 하루에 십여 명 정도로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난민섬이라는 낙인은 좀처럼 떼어지지 않고 있다.
현지 레스토랑의 주인은 버려진 구명조끼와 구명보트가 산더미처럼 쌓인 레스보스섬의 이미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곳의 해변은 깨끗하게 정돈됐지만 외국 손님들한테 아직도 이런 이미지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호텔을 운영하는 데오도로스 바티스는 “정부가 그리스에 그렇게 많은 난민을 받은 것부터 문제다. 게다가 정부는 세금까지 올렸다. 그리고 그리스와 해외 언론들 모두 레스보스를 마치 절망의 섬처럼 묘사했다”고 비난했다.
레스보스 주민들은 독일, 영국, 네덜란드 여행객들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터키에서 관광객들이 짧은 휴가를 즐기러 와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터키의 쿠데타 시도로 이후 이 같은 희망도 물 건너갔다.
고구치는 “2주 전만 해도 라마단 기간을 끝내고 터키 사람들이 제법 있었지만 쿠데타 이후에는 구경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