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랜드' 찾기 전에 프로그램 '정체성'부터 찾아라(현장)

2016-07-2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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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랜드를 찾아서'에 참여한 10인의 연습생[사진=더블킥컴퍼니 제공]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프로그램 제목처럼 내용도 오리무중이다. 적어도 첫 방송이 되기 전까지는, 어쩌면 혹시 그 이후에도 '모모랜드를 찾아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는 알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3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Mnet 새 서바이벌 프로그램 '모모랜드를 찾아서' 제작 발표회장은 그야말로 혼돈이었다. 10명의 연습생이 걸그룹으로 데뷔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이들에게 어떤 미션이 주어지는지, 평가는 누가하는지, 중간에 탈락이 있는지, 뽑힌 멤버들이 언제 데뷔를 한다는 건지 등 프로그램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말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사실 제작 발표회를 하기 전엔 프로그램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정보를 취재진이 미리 알고 있다. 보도자료나 취재진을 위해 따로 정리된 자료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대한 기초 정보를 통해 이해를 높인 취재진은 진짜 궁금한 점을 행사장에서 물을 수 있다.
 

이단옆차기 박장근(왼쪽)과 라이머[사진=더블킥컴퍼니 제공]


'모모랜드를 찾아서'의 경우 기자가 받은 메일은 딱 두 개였다. 이단옆차기, 라이머, 신사동 호랭이가 의기투합해 새로운 걸그룹을 탄생시키기 위한 서바이벌을 론칭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와 제작 발표회 초청장이었다. 다소 홍보 방식이 성기다고는 생각했지만 행사장에서 소개 자료를 받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 걸. 소개 자료에는 10인 연습생들의 프로필만 줄줄이 적혀 있었다.

그렇다면 제작 발표회에서 프로그램이 가진 정체성과 콘셉트에 대해 누군가는 자세히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그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단옆차기의 박장근은 프로그램 이름의 뜻을 묻는 질문에 "어린 친구들, 꿈과 희망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가고 싶은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모모(아마도 뭐 뭐에서 착안한 듯한데 분명하게 말하지 않아서 확신할 수 없다). 이렇게 계속 보여줄 것이 많은 팀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을 들은 라이머의 반응은 더욱 놀라웠는데 "오늘 처음 들었는데 그렇게 많은 뜻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라이머는 이후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브랜뉴뮤직이란 레이블이 있는데 다른 기획사인 더블킥컴퍼니의 걸그룹 론칭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사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까지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며칠 전에 알았다"는 말로 답변을 시작했다.

물론 라이머 입장에선 며칠 전에 연락해도 흔쾌히 제작 발표회 참석을 수락할만큼 이단옆차기와 친하다는 점을 어필하려 한 것이겠지만 여러 차례 이 부분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적어도 취재진 입장에선 프로그램에 대해 잘 알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 있었으면 싶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홍수 시대에 '모모랜드를 찾아서'가 갖는 특징에 대한 질문도 여러 차례 변주돼 나왔는데 대답은 한결같이 추상적이었다. "뻔한 그런 가운데 그 안에서 아이들 매력에만 집중해주면 어떨까란 생각이 든다"(박장근), "형식 자체는 새롭지 않은 프로그램은 맞다. 그런데 10명의 연습생 가운데 누가 데뷔를 할지 모르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런 점이 조금 다르지 않나 싶다"(CP), "걸그룹이 너무 많이 나와서 차별성을 두고 싶다는 생각 정도만 하고 있다. 기본적인 틀은 잡아놨는데 팀 구성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박장근), "'쇼미더머니'를 여러 시즌 보면서 느꼈다. 참여하는 사람이 달라지고 가수가 달라지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출연진이 달라지면 프로그램이 달라진다"(라이머).
 

'모모랜드를 찾아서' 이미지[사진=박장근 인스타그램]


심사 방식과 트레이너, 심사원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 답변이 오지 않았다. 소개 자료에 있는 참석자 명단에 없어 이름을 알 수 없는 프로그램 CP는 "기본적으로 이단옆차기, 라이머, 신사동호랭이와 같은 프로듀서 분들의 심사를 통해서 (결정된다)"라고 답했는데 이들의 의견 100%인지 시청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도 불분명했다. 왜냐하면 답변 말미 "마지막 회에 몇 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해야 하는 미션이 있고 그 미션을 통해 최종 멤버를 판가름을 낼 건데 목표치의 관객들이 오지 않으면 데뷔를 못 하는 리얼한 상황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설명은 이단옆차기와 라이머, 신사동호랭이가 10명의 연습생들과 의기투합해 최고의 걸그룹 모모랜드를 만드는 '프로듀싱 어벤져스'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고 돼 있었는데, 현장에서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이단옆차기가 수장으로 있는 더블킥컴퍼니의 새 걸그룹을 위한 서바이벌이고 다만 평소 절친한 프로듀서 라이머, 신사동호랭이 등이 거들어 주는 정도로 이해됐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 '소개' 문제다. 프로그램에 대한 기초 정보가 없으니 출연진이 하는 답변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고 궁금한 건 많은데 뭘 물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보통 제작 발표회에서는 사진 기자가 오지 못한 매체를 위해 제작진이 촬영한 사진을 제공해 주는데 이에 대한 안내도 전무했다. 행사 진행을 더블킥 컴퍼니 측에서 했는데 채널 Mnet 관계자가 "사진에 대한 취재진의 문의가 많은데 제공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물을 때까지 안내가 전무했다. 그나마 채널 홍보팀에서 "사진에 대한 부분을 안내해야 할 것 같다"고 건의한 덕에 "끝나고 메일을 적어 놓으면 그 메일로 보내겠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행사가 진행되면서 중요 내용을 스트레이트 기사로 실시간 송고해야 하는 입장에선 뒤늦은 안내가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다.
 

기자 휴대전화로 온 모모랜드 사진[사진=정진영 기자]


'모모랜드를 찾아서'는 공식 홈페이지도 갖춰지지 않아 연습생 사진을 받을 방법이 없었는데 "연습생들 프로필 사진이라도 없느냐"고 소속사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묻자 "번호 부르세요. 지금 보내드릴게요. 근데 지금 말하시는 분 누구세요?"라는 퉁명스런 답이 돌아왔다.

사실 연우라는 멤버가 소녀시대의 윤아를 닮고 싶다는 언급을 해서 이 기사를 쓰고 싶었는데 휴대전화로 도착한 사진을 보고 포기했다. 설마 데뷔도 안 한 연습생들의 얼굴을 30m는 족히 될 거리에서 한 번 보고 외울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물론 사진 두 장만 덜렁 왔기에 이 문자를 보낸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 없다. 단지 예의가 없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사진을 보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으니 사진 출처를 어떻게 표기해야 할지가 난감해졌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모모랜드를 찾아서' 행사장에서 받은 간식[사진=정진영 기자]


모모랜드의 예비 멤버 10명은 제작 발표회에 참석한 기자들을 위해 간식을 준비, 행사장 앞에서 직접 나눠줬다. 이 간식 상자에 붙어 있는 '맛있게 드시고 예쁘게 봐주세요'라는 말이 씁쓸했다. 예쁘게 봐주는 것보다 누군지 아는 게 우선일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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