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냈다. 국방부 검찰단이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으로 파병된 청해부대의 공금횡령사건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내용이었다. 소말리아 해적을 물리쳐 영웅으로 칭송받던 청해부대의 몰락이었기에 국민들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국방부의 보도자료 배포시간은 오후 5시. 신문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마감이 끝난 직후나 직전이다. 더구나 이날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경북 성주 배치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온 날이었다. 언론의 관심은 온통 사드에 쏠려 있었다. 절묘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군 검찰은 이 사건을 1년 가까이 수사했다. 청해부대장 출신 해군 준장을 포함, 청해부대 8~18진 소속 장성 및 간부 9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오랜 기간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군 검찰은 개인 횡령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횡령한 돈의 사용처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건에 연루된 일부 장성은 진급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의 수사 기간과 9명의 기소로 이어진 사건은 기가 막힌 타이밍에 배포한 보도자료 몇 장에 끝났다. 국방부는 “다른 의도는 없다. 수사 결과가 나와서 정상적인 절차를 밟은 것”이라며 떳떳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국민들이 바라는 멋있는 군의 모습은 잘못을 떳떳하게 밝히고 사죄한 뒤 채찍질은 달게 받는 모습이다. 잘못을 지우기보다는 반면교사삼아 나아지는 모습이다. 그러면 국민들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국방부의 절묘한 타이밍은 국민적 사랑을 받던 영웅의 뒷모습에 떳떳한 멋이 아닌 씁쓸한 뒷맛만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