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신선하다'가 지닌 뜻이 무색할 만큼 신인 배우 혹은 무명 배우가 약간이라도 틀에 벗어난 캐릭터를 부족함 없이 연기해낼 때마다 ‘신선한 충격’이라는 속 빈 칭찬은 어김없이 쏟아지지만 이성경의 경우는 다르다.
그 특별할 것 없는 신선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성큼성큼 성장하면서 충격에 충격을 더하고 있으니까. 연기 데뷔작인 SBS ‘괜찮아 사랑이야’로 선명하게 제 이름을 각인시킨 그는 불과 반년 후에 MBC 50부작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 주연 자리를 꿰차며 업계를 놀라게 하더니 그 드라마가 종영하자마자 tvN ‘치즈인더트랩’ 합류 소식을 전하며 숨 가쁘게 필모그라피를 쌓았다. 그리고 그 드라마가 마지막 방송을 내보낸 지 고작 이틀 후에 SBS ‘닥터스’ 출연 소식이 전해졌고, ‘닥터스’가 한창 방영 중인 지금 MBC ‘역도 요정 김복주’ 출연을 고심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심지어 ‘역도 요정 김복주’ 경우에는 타이틀 롤을 제안받았다.
당연하게 이 숨 가쁜 성장에는 성장통이 뒤따랐다. “신선하다” “날 것 같다”는 찬사는 “어색하다” “과하다”는 비판이 되어 돌아왔다. 하지만 드라마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노희경 작가가 집필한 ‘괜찮아 사랑이야’로 데뷔하면서 촬영 내내 그 흔한 연기 레슨 한 번 받지 않은 이 겁 없는 연기자는 물러서는 법이 없다. 오히려 빠른 성장을 위해 악착같이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의 고백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자신에게 이미 거절 의사를 표한 윤균상에게 또다시 들이댔다가 차이고서는 “앞으로 6개월 동안 여자 만나지 마. 내 고백 거절했으면 그 정도 애도 기간은 가져줄 수 있잖아”라며 뾰로통해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 뻔뻔함에 혀를 내두르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공감이 돼 애잔하다.
악역으로 고정되어버린 여느 금수저와는 달리 안타깝게 보낸 환자에 눈물짓고 나쁜 짓을 꾸민데 대한 죄책감도 느끼는 밝고 따뜻한 성격이지만 사랑받지 못한 것이 서러워 삐뚤어진 진서우는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 인물이다. 그 흐릿한 접경에 굳건하게 발을 디디고 있는 이성경, 그의 성장 속도는 분명 신선한 충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