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김세구 기자 k39@aju]
지난달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낮춘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결정 등 국내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외부 요인으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7월 기준금리를 연 1.25%로 유지키로 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당초 시장 예상을 깨고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불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낮춘 바 있다.
또 정부도 경기부양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로 한 만큼 하반기 경기 흐름을 보고 정책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브렉시트 결정으로 인한 국내외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사드 배치가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향후 정책 여력을 남겨둬야 한다는 논리도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대출 심사를 강화했음에도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 역시 추가 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은이 발표한 '6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667조5000억원으로 한 달새 6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이는 2010~2014년 6월 평균(3조원)과 비교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잔액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었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의 확대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의 최대 위험요인이라며 최근 집단대출 증가에 수반된 위험을 집중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내 경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어 여전히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수출과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하반기 국내 경제 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상반기 수출액은 2418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0% 감소했다. 특히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1월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이후 18개월 연속 감소세다.
하반기 역시 불안한 모습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7월 들어 지난 10일까지 수출액은 103억4900만 달러로 작년보다 21%나 줄었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경기 침체, 대규모 실업 등 충격이 불가피해 한은이 금리 인하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한은이 추가 인하에 나설 수 있는 여력도 생긴 상황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은이 4분기 중으로 금리를 연 1.00% 수준까지 낮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