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제호]
지난 1월 22일(금) 국가보훈처는 「2016년 명예로운 보훈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여기에서 국가보훈처는 세 가지 중점추진 과제 중 하나로 ‘UN참전국과의 보훈외교 강화’를 제시했다(※나머지 과제 : 국민 호국정신 함양으로 튼튼한 안보 뒷받침, 나라사랑 교육으로 국가운영 체계 개선).
이를 위해 국가보훈처에서는 UN참전용사 방한행사, UN참전 기념물 건립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이번 달에는 법정 기념일인 '(정전협정 및) UN군 참전의 날'이 예정되어 있어 6·25전쟁을 매개로 형성된 UN참전국과의 특별한 인연이 부각되는 측면이 존재한다.
이에 아래에서는 이러한 과거의 인연을 현재의 자산이자 미래의 희망으로 승화·발전시키기 위한 보훈외교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사실 보훈은 국가 공동체의 유지·발전을 위한 필수적 기제로서, 국가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정부적 차원에서 전담부서를 설치해 보훈을 제도 혹은 정책으로써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그런데 보훈정책은 국가 존립과 관련된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에 각 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배경과 사적 맥락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한다.
대다수의 국가에서 보훈은 국가에 공이 있는 국민에게 보상과 예우를 행하고, 이로부터 형성된 보훈 가치를 국가 정체성이나 국민정신으로 만들어나가는 내부적 관점에서 이해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보훈은 이를 넘어서는 또 다른 외연을 가지고 있다.
1948년 정부수립 3년 만에 북한의 남침을 맞이한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고 국가의 생존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무력 침공 격퇴’를 골자로 하는 UN안전보장이사회 결의 83호에 따라 대한민국에 참전한 21개국과 각종 물자를 지원해준 42개국(지원의사를 표명한 3개국 포함) 등 세계 63개국의 희생과 공헌에 힘입은 바 크다.
따라서 195만 UN참전용사가 240만 국가유공자와 함께 대한민국의 보훈대상으로 어엿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240만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훈은 국가와 국민 간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내부 정책인 반면, 195만 UN참전유공자에 대한 보훈은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호혜적 교류라는 점에서 그 성격이 다르다.
때문에 UN참전용사에 대한 보훈은 필연적으로 '국제사회에서 교섭을 통하여 국가 간에 맺는 일체의 대외관계'를 뜻하는 외교(정책)와의 결합을 수반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제, 특히 UN참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보훈은 보훈외교라 명명되는 것이다.
이러한 보훈외교는 6·25전쟁 때 UN의 일원으로 우리나라를 돕고자 참전했던 국가들과 참전용사들에 대해 감사를 표함으로써 해당 국가의 국민들과 동일한 기억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력적 외교관계의 기틀을 마련해 미래지향적 우호 관계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외교의 수행에 보훈을 활용함으로써 국가의 존립·번영·위신 강화 등 국가이익을 달성하고자 하는 대외적 정책의 수립 및 집행이 보훈외교의 실체라 할 수 있다.
사실 대한민국의 보훈외교는 1975년 시작된 재방한 사업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으나 국제보훈 전담조직이 설치되고, 건립·기념 등 다양한 선양사업을 통해 보훈외교가 본격화 된 것은 2000년 이후의 일이다.
구체적으로 1998년 이전까지는 사실상 재방한 행사에 국한되었던 보훈외교는 최근 국제보훈학술회의, UN참전국 청소년 평화캠프, Turn Toward Busan(UN 한국 참전 전사자들에 대한 범세계적 추모 묵념 캠페인), UN참전국 공적개발원조(ODA) 등 학술·문화·경제를 포괄하는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은 6·25전쟁의 참상으로 얼룩진 과거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대한민국의 현재상을 알리며, 전후 63년이 지난 지금에도 UN참전국을 잊지 않고 반드시 은혜를 갚는 정신적 선진국으로서의 면모를 만방에 전하고 있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노력 속에서 참전국의 미래세대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든든한 지지 세력이 되어줌은 물론 친한국적 감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잠재적 고객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