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가상현실(VR)이 보급 단계에 돌입하면서 네트워크 기술을 보유한 SK텔레콤과 KT 등 이동통신 사업자 간 VR 콘텐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360도 영상 등 VR 콘텐츠는 기존 대비 4~5배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해 5G를 선도하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VR 시장은 디바이스 중심으로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이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고객들에게 VR과 AR(증강현실) 콘텐츠를 제공해 수익과 연계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당분간 VR 콘텐츠가 게임과 동영상 등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점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문화, 의료, 교육 등 폭넓은 영역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KT GiGA VR, '문화' 영역으로 콘텐츠 확장
KT의 VR 콘텐츠와 서비스는 △빠르고 안정적인 네트워크 △VR에 최적화된 콘텐츠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몰입감 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특히 KT는 통신사업자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네트워크와 실시간 VR을 결합한 5G 시대 차세대 미디어 사업자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KT가 제공하는 'GiGA VR'은 네트워크와 미디어 융합을 통한 풍부한 미디어 이용 경험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1월부터는 올레TV 모바일에 360도 VR 전용관을 마련해 국내외 관광지 등 30여 편의 VR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래성장동력 오픈톡 릴레이에 참석한 이미향 KT 미래사업개발TF장은 "통신과 콘텐츠가 결합된 첫 사례가 IPTV(인터넷TV)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하면서 고객들이 TV에 묶여 있던 시간의 제한을 풀었다"며 "KT는 VR을 활용해 시간과 공간을 넘어 가상현실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그곳에 가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프로야구 시즌을 맞아 세계 최초로 시도된 VR 야구 생중계도 그 일환이다. KT는 야구장 1루, 3루, 포수석에 VR 전용 카메라를 설치해 경기 영상과 함께 응원단과 경기장 내 선수들의 이모저모를 생생한 VR 영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하루평균 3755명이 시청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도 KT 뮤직의 지니(Genie)에 VR 전용관을 개설해 트와이스 등 아티스트들의 영상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미향 상무는 "스타들의 팬미팅 현장이나 공연 등 음악 라이브 서비스도 VR로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통신과 VR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문화로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T, 'T real'로 VR과 AR 통합, 플랫폼 개발에 초점
SK텔레콤도 지난 5월 모바일 동영상 앱 '옥수수'를 통해 360도 VR 서비스로 인기 아이돌 공연, 골프 레슨, 공포 체험, 피트니스, 국내외 관광지 등 약 100여편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VR과 AR(증강현실) 플랫폼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전진수 SK텔레콤 미디어테크랩 팀장은 "2022년까지 미디어 콘텐츠가 14배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결국이들 영상 콘텐츠는 통신망을 통해서 제공될 것이며, 그 안에서도 AR과 VR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콘텐츠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G 기술을 통해 AR과 VR이 주는 경험은 결국 가상 공간에서의 증강현실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정보를 받으며 편리함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며 "고객들의 새로운 경험을 위해 통신망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VR, AR 통합 플랫폼 'T리얼(real)'을 공개하면서 개발자들이 VR과 A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故김광석 연결의 신곡' 캠페인을 통해 모바일 오케스트라 AR을 선보였다. 또 오큘러스와 협업해 도심 이미지를 비추면 도시가 생성되는 모습을 가상화할 수 있는 'AR City'를 개발해 독보적인 AR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