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윤주혜 기자 =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 무산 불똥이 은행권으로 튀었다.
양사의 인수합병이 마무리될 경우 케이블업계 3위인 딜라이브(구 씨앤앰)를 매각해 대출금을 회수하겠다는 금융사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맥쿼리프라이빗에쿼티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 금융사 20여곳이 빌려준 돈은 총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4300억원), 신한은행(3800억원), 새마을금고(2000억원), 국민은행(1200억원), 수협은행(400억원), 부산은행(200억원) 등이 참여했다.
보험사는 한화생명이 2800억원으로 가장 많은 돈을 투자했고,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700억원)과 신한생명(300억원) 등도 포함돼 있다. 이외에 국민연금이 3600억원이나 물려 있다.
당초 대주단은 딜라이브 매각을 통해 대출금을 회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가 독과점 우려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허 결정을 받으면서 딜라이브 매각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딜라이브 매수 후보자로 KT와 LG유플러스가 유력하게 꼽히고 있는데, 이번 공정위 기준을 감안하면 이들 역시 M&A 허가가 쉽게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주단 관계자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나머지 통신사에서 곧바로 딜라이브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았는데 인수가 무산 위기에 빠지면서 매각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면서 "공정위 논리대로면 딜라이브 인수도 사실상 물 건너 갔다"고 토로했다.
특히 딜라이브는 현재 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어 당장 금융사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민은행을 제외하고 다른 은행들은 그동안 딜라이브 여신을 '정상' 등급으로 분류해 놓았다. 따라서 충당금 추가 적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일부 금융회사들은 딜라이브 채무재조정 과정에서 일부 금액을 손실로 처리했다.
현재 대주단은 지난달 인수금융 2조2000억원 중 80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만기 3년 연장하는 채무조정안 동의한 상태다. 하지만 케이블TV 업황이 자체가 부진한데다 산업 재편도 지지부진해 회생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투자원금 회수가 사실상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딜라이브의 부실 가능성을 우려해 일단 채무조정안에 합의했지만 시간을 연장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은행들의 손실 또한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관계자는 "매각뿐만 아니라 IPO(기업공개) 등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