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터널' 제작보고회에 감독과 배우들이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달수, 배두나, 김성훈 감독, 하정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영화 ‘터널’은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를 그린 리얼 재난 드라마다. 극 중 평범한 남자 정수(하정우 분)는 무너진 터널에 갇히고 아내 세현(배두나 분)과 구조대장 대영(오달수 분)은 정수를 구하기 위해 애쓴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터널 붕괴 사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국민들의 관심도 식어간다.
배우들은 ‘터널’ 출연 이유에 대해 하나 같이 “시나리오가 재밌어서”라고 답했다. 극 중 터널에 갇힌 남자 정우를 연기한 하정우는 “아이러니함이 재밌었다. 밖에서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온 나라가 뛰어다니는데 터널 안에 갇힌 정수는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름의 재미를 찾아간다는 게 놀랍고 흥미로웠다. 블랙코미디 같은 요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수의 아내 세현 역을 맡은 배두나는 “터널 지나갈 때마다 느끼는 공포심이 있지 않나. 우리에게 일어날 것 같은 일들을 소재로 하고 터널 안에 살아남은 남자 정수의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그려나가는 게 흥미로웠다. 가장 결정적으로 세현이라는 역할이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감정의 축을 이뤄나가는 것이 제 도전정신을 자극했다. 그리고 김성훈 감독님의 전작 ‘끝까지 간다’를 워낙 재밌게 봤고 하정우, 오달수와 호흡을 맞춘다는 것에 대해서도 기대가 컸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감독은 “터널 헌팅이 쉽지 않았다. 심지어 고사 지내는 날 픽스 했던 터널이 취소돼서 크랭크인을 2~3주 미루기도 했다. 그러다가 예전에 지나쳤던 폐터널에 아스팔트를 깔아서 복원, 촬영했다. 한국 영화 스태프 특유의 열정과 집중도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터널 섭외 때문에 골치가 아팠던 김 감독은 터널이 무너지는 장면 역시 온 힘을 기울이며 많은 신경을 썼다. 그는 “이야기의 기초가 무너진 터널이다. 그 과정이나 행위가 가짜 같아 보이면 이후 모든 게 진실성이 떨어질 거로 생각했다”며 “아직 물리력, 중력이 CG만으로 완벽하게 표현되지 않았다. 그래서 안전한 상황에서 실제로 떨어뜨리고 무너뜨리고 먼지를 일으켰다. 그 후에 부족한 부분을 CG로 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 역시 리얼한 현장에 실감나는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터널에 갇힌 정수와 전화로만 의사소통을 하는 대영과 세현이었기에 실제로 세 배우는 전화통화를 하며 상대의 연기를 끌어냈다.
하정우는 “두나 씨와는 국제전화로도 연기했다. 당시 해외 촬영 중이었는데 기꺼이 전화를 받더라”는 일화를 전했고 배두나는 “연기할 때 오빠의 목소리가 정말 필요했고 간절했다. 한 번은 오빠가 아팠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목소리를 들으면 몰입되고 안정되는데 연락이 안 되니 답답하더라. 오빠 좀 연결해달라고 해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목소리 연기는 배우들에게도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하정우는 “좀 더 집중이 필요했다. 두나 씨가 촬영 중이면 전 집에서 촬영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목소리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말 한마디, 호흡에도 120% 집중해서 연기해야 실제 촬영하는 두나 씨나 달수 형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많이 신경 쓰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전화만으로 완벽한 호흡을 이끌어내야 했던 세 사람이지만 그리 어려운 점은 없었다. 앞서 영화 ‘암살’로 호흡을 맞췄던 하정우와 오달수는 “하와이 피스톨과 영감이 환생한 것” 같은 기분으로 “무한한 신뢰와 믿음”을 느꼈고 배두나와는 “안정과 높은 케미스트리”를 실감했다.
날카로운 통찰력과 독창적인 연출력으로 순식간에 충무로 기대주로 떠오른 김성훈 감독과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 오달수, 배두나의 만남이 올 여름에도 제 힘을 발휘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8월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