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과 정부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께부터 황강댐 수문을 순차적으로 개방하며 방류를 시작했다. 황강댐 방류와 관련해 북측으로부터 통보문이 온 것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2009년 황강댐 방류 전 우리 측에 사전 통보한다는 남북합의사항을 어긴 것이다.
군은 북한이 남북합의를 어기고 통보 없이 황강댐을 방류했지만 수공(水攻)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댐이 만수위에 차면서 물을 뺀 일반적인 행위라는 분석이다.
군 관계자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갑작스럽게 물을 흘려보낸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개방한 점으로 미뤄 수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판단할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수공을 의심할만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날 북한의 황강댐 방류로 남방한계선에 있는 필승교 횡산수위국과 군남댐 수위가 소폭 상승했으나 별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군과 관계 당국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임진강 하천 주변 15곳에 대피 경고방송을 실시하고 임진강 주변 주요 진입로 18곳을 통제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개별적으로 대피 문자메시지를 발송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야영객과 낚시꾼들의 출입이 제한됐다.
특히 군은 북한이 임진강 일대 DMZ 부근에 매설한 지뢰 중 일부가 물에 휩쓸려 떠내려 올 가능성에 대비해 주의를 당부했다. 북한이 최근 노후 지뢰를 교체하면서 이 지역에는 예년에 비해 2배가량 많은 4000여개의 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현재 북한의 수공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필요시 지원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관계 당국도 임진강 수위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비상체제를 유지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남북 간 합의를 어기고 통보 없이 황강댐을 방류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대화나 평화, 남북관계 개선 등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다면 (황강댐) 방류와 같은 작은 (남북) 협력도 기꺼이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월에도 통보 없이 두 차례에 걸쳐 황강댐을 무단 방류해 임진강 수위가 갑자기 높아지면서 우리 어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2009년에는 북한의 황강댐 수문 무단 개방으로 야영객 6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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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