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개막작으로 선정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펼쳐졌다.
[사진=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사무국 제공]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서양에서는 농담처럼 ‘금발이면 멍청하다’는 말이 있다. 물론,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속설이다. 최근 미국의 한 연구진은 머리카락 색과 지능 지수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선보인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는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원작 영화로 유명하다. 2007년 4월 미국 뉴욕의 팔라스 시어터에서 초연된 ‘금발이 너무해’는 2009년 비영어권 국가 중엔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됐다.
우즈는 금발 미녀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신경쓰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간다. 그렇지만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하게 그려진다. 남자친구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덜컥(?) 입학한 하버드대학교에는 똑똑한 인재들과 집안 좋은 학생들이 넘쳐나 우즈를 더 초라하게 만든다.
우즈 역에는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엑스 팩터(X-Factor) 출신으로 영국 뮤지컬계의 떠오르는 스타인 루시 존스가 캐스팅됐다.
결과적으로 존스의 캐스팅은 성공적이었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능청스러운 연기 뿐 아니라 에너지넘치는 춤 솜씨로 관객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우즈의 순정적인 모습과 능동적인 모습을 동시에 표현해 어색함없는 연기를 펼쳤다.
우즈 외에도 무대는 전반적으로 활기가 넘쳤다. 우즈의 친구들은 이따금 무대에 등장해 화려하고 일치된 군무 퍼포먼스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가창력과 연기 또한 조연으로 아까울 정도의 실력을 과시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주인공 우즈에게만 초점을 맞춘 화려한 쇼 중심의 브로드웨이 공연과 달리 조연들의 스토리에도 높은 비중을 둬 드라마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주인공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 일반 뮤지컬과 다른 스토리 구성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남자친구가 원하는 ‘진지한’ 여자가 되기 위해 하버드대학교까지 따라온 우즈이지만, 결국 그곳에서 사랑보다 더 가치있는 것을 깨닫는다. 다른 사람이 사랑해주는 모습으로 자신을 바꾸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자세, 그리고 자신의 본래 모습을 사랑해주는 이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사회적 편견에 맞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우즈의 모습은 관객에게 훈훈한 감동과 교훈을 선사한다. 영어 원제인 ‘리걸리 블론드'(Legally Blonde)가 의미하는 ‘누구나 인정하는 금발’처럼 타인의 인정은 내 안에서 나오는 건 아닐까.

[사진=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사무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