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브렉시트, 중국 '회심의 미소'

브렉시트 이후 사임을 발표한 영국의 카메룬 총리 부부.[사진=신화통신]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영국 국민의 선택을 존중한다. 유럽과 영국이 스스로 선택한 발전의 길을 지지한다. (사임의사를 밝힌)캐머런 총리의 선택을 존중한다." 지난 24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이탈)가 결정된 데 대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 밝힌 입장이다. 브렉시트를 그저 담담히 받아들이겠다는 뉘앙스다. 당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고작 1.30% 하락하는데 그쳤다. 브렉시트가 중국에는 악재가 아닌 것 같은 반응들이다. 실제 중국내에는 브렉시트로 인해 중국에 ▲금융시장 불확실성 증대 ▲위안화 국제화 지연 ▲시장지위획득 지연 등의 악영향이 발생하겠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급해진 英, 中에 밀착하나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은 전체 EU 국가들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받게 됐다. 또한 그동안 누려오던 EU내부의 무관세 혜택이 사라져 대EU 수출경쟁력이 낮아지게 됐으며, EU 회원국으로서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영국에 투자했던 다국적 기업들의 철수움직임에 맞닥뜨리게 됐다.

영국은 브렉시트로 가져올 충격파를 상쇄시키기 위해 경제대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브렉시트가 중국에 가져다줄 가장 큰 이익으로 평가된다. 우선 중국은 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하기 위한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EU내에서 중국의 대변자 역할을 했던 영국은 이제 세계무대에서 중국의 대변자 역할을 기꺼이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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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젠궈(魏建国) 전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어떤이는 브렉시트가 중국에 악재라고 말하지만 나는 결코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영국은 앞으로 중국과 더욱 밀접해지기 위해 유례없이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내심 바라던 유럽의 분열

브렉시트는 세계가 통합이 아닌 다원화의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미 대국에 올라선 중국으로서는, EU같은 거대한 국가연합체제를 상대하는 것보다, 개별국가와의 개별협상이 훨씬 수월한 일이다. 게다가 EU가입국가들이 추가적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清華)대 교수는 "브렉시트를 시작으로 세계는 다원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며 이는 중국경제에 명백한 호재”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태양광산업은 벌써부터 영국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EU는 중국 태양광제품에 대한 강도높은 진입장벽을 설정한 상태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은 이 제한에 벗어나게 됐다. 또한 EU의 강도높은 대중 무역장벽은 단일대오를 갖췄을 때 파괴력이 높다. 이탈국이 생기면 규제에 헛점이 생기게 된다. EU가 중국에 반덤핑조치를 취하는 품목은 태양광을 비롯해 방직, 철강 등 56개 품목이다. 중국기업들의 보폭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사회과학원 저우훙(周弘) 학부위원은 "브렉시트 이후 중국은 EU의 각각의 개별국가들과의 직접적인 협력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과 EU 회원국가들과의 관계는 과거보다 더욱 밀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렉시트 확정 직후인 지난 25일 뉴욕에서 열린 중앙은행 정책 포럼에서 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와 환담하고 있는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 저우 총재는 이 자리에서 "위안화 환율은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신화통신]

◆유럽기업 쇼핑, 절호의 기회

유럽에는 중국이 갖지 못한 선진기술과 기업, 지적재산권이 많다. 이들은 EU라는 거대한 경제체제 안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몸값을 불려왔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인해 규모의 경쟁력이 깨졌으며, 이로 인해 유럽의 기술과 자원들은 가격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중국으로서는 이들을 매입할 좋은 기회를 맞은 셈이다.

또 브렉시트로 영국 집값이 떨어지고 파운드 가치가 폭락하면 중국투자자들이 저가에 영국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저우훙 위원은 "영국의 선진기업들이 아시아, 특히 중국과 손을 잡기 위해 몰려올 것"이라며 "EU의 다른 나라의 기업들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美 금리인하, 엔저에서 벗어나

브렉시트로 인해 중국의 외환시장에 자본유출이 속출할 것이며, 이로 인해 위안화가 절하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위안화는 1~2영업일동안만 하락할 것"이라면서 그 근거로 "위안화는 주로 중국내에서 거래되며 정부의 개입능력이 강하다"는 점을 들었다. 관타오(管濤) 전 인민은행 국장 역시 "브렉시트로 인한 실질적인 압박보다 심리적인 압박이 더 크다"라며 실제 영향은 적을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영국에 투자됐던 자본이 미국이나 다른 국가로 빠져나올 수 있으며, 투기자본은 중국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이미 인민은행은 국제투기자본의 중국유입에 대해 강도높은 경계태세를 갖출 것임을 표명하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해 달러화가 급등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은 금리인상 기회를 날려버렸다. 중국은 올해 초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자국내 자본이 대거 빠져나가 혼란을 빚었던 경험이 있다. 가뜩이나 채무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금리를 올릴 수 없는 상황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또한 브렉시트는 엔화환율의 극심한 평가절상을 가져온다.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엔화로 시장수요가 몰리면서 엔고현상이 빚어지면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진다.

◆위안화 국제화에 악재?

중국은 런던에 위안화 역외시장을 구축하고, 금융기관들을 대거 진출시켜 런던을 EU내 위안화 허브로 건설해 왔다. 런던은 이미 홍콩에 이어 세계 두번째 위안화 역외결제센터가 됐다. 하지만 영국의 EU 이탈로 인해 중국은 EU에 또다른 위안화 허브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벌써부터 프랑스 파리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룩셈부르크 등에 추가적인 역외결제센터를 설립하고, 중국의 현지 금융기관들을 확장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봉황망은 "브렉시트로 인해 위안화 국제화 전략에 소요되는 비용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로인해 위안화국제화 일정이 지체될 수 있겠지만, 위안화 국제화가 장기적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우선 영국이 중국에 더욱 많은 금융혜택을 주게 될 것이며, 위안화는 파운드를 중심으로 금융지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또한 브렉시트 이후 중국의 유럽 개별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강화된다면, 위안화의 가치 역시 높아지게 된다. 국무원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의 펑보(彭波) 연구원은 "유럽이 분열되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공포심리가 발생하고 있지만, 중국이 지혜를 발휘한다면 더 큰 국가이익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영국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는 시진핑 주석과 캐머런 총리.[사진=시나웨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