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연결 허브를 꿈꾸는 나라, 파나마

2016-06-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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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주파나마대사 [사진= 외교부 제공]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 신의 맛이라 칭송받는 게이샤 커피, 남성의 멋을 완성해주는 파나마모자. 모두 중미의 작은 나라, 파나마의 아이콘들이다.

최근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로 인해 많은 권력자와 부호들의 탈세와 돈세탁을 돕고 있다는 달갑지 않은 오명이 덧칠해졌지만, 파나마는 지금 21세기 인류 최대 대역사의 하나로 기록될 역사적 행사를 앞두고 온 국민이 한껏 기대에 부풀어있다. 바로 6월 26일 개최될 새로운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식이 그것이다.

1914년 첫 개통 이후 지금까지 핵심적인 글로벌 해운 인프라 기능을 담당해 온 파나마 운하는 선박 대형화에 따른 운하의 효용성 논란과 병목 현상으로 인한 통과시간 지체 등으로 그간 확장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이에 파나마 정부는 2006년 국민투표를 통해 새로운 운하를 건설하기로 결정하였고, 2007년 9월부터 약 9년에 걸친 공사 끝에 마침내 이번에 새로운 확장 운하를 개통하게 된 것이다.

54억불(약 6조 2000억원)이 넘는 공사비와 수만명의 건설 인력이 투입된 새로운 운하 개통으로 지금까지 최대 폭 32미터, 길이 294미터 크기의 소위 파나맥스(panamax)급 선박의 통과만 가능하던 파나마 운하에 이제는 네오 파나맥스(neo-panamax)급이라 불리는 폭 49미터, 길이 366미터 크기의 초대형 선박의 통항도 가능해지게 됐다.

지금까지는 20피트 컨테이너를 최다 4400개까지 실은 약 7만톤급 선박의 통항만 가능했지만, 이번 확장 운하 개통으로 최다 1만3200개의 컨테이너를 실은 약 20만톤급 선박의 통항이 가능해졌다.

특히 그간 선박이 너무 커서 통항이 불가능했던 LNG 수송선의 통과도 가능해져 앞으로 항만, 조선 등 관련 산업과 업계, 각종 상품 및 에너지 수출입 시장에도 커다란 변화가 불어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운하가 개통되면 전 세계 선박의 97%, LNG 수송선의 92%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게 되고, 선박 통행도 중소형 선박 보다는 대형 선박 위주로 재편돼 현재 세계 해상 운송량의 5% 수준인 통과 물동량도 더욱 늘어난다.

통행료 수입도 현 연간 26억불 수준에서 10년 내에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파나마 운하는 현재 하루 약 35-40척, 연간 약 1만3000여척의 선박이 이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선박은 1년에 약 250여척이 이용하고 있다. 통과 화물량 기준으로는 우리가 미국·중국·칠레·일본·페루에 이어 세계 제6위 이용국이다.

새 운하가 개통되면 특히 미국 동부 연안과 멕시코만에서 생산되는 셰일 가스와 석유, 브라질산 곡물, 베네수엘라산 원유 등의 대아시아 수출이 확대되고 칠레산 구리의 대미국 동부 수출, 미국 동남부산 곡물의 남미 서부국가로의 수출 등 전 세계 물류, 에너지, 상품 수출입 지형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파나마는 지리적으로 북중미와 남미,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요충에 위치해 있어 이러한 전략적 입지를 활용한 국가발전전략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를 기반으로 중계무역 등 해상교통 허브로서의 기능은 물론, 국적기인 코파항공을 근간으로 중남미는 물론, 미국, 유럽 등 34개국과 100개 가까운 항공노선 연결을 통해 항공교통 허브로서의 역할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파나마에는 현재 117개의 다국적 기업과 100개 가까운 외국 은행들이 진출해 있는데, 파나마 정부는 세제 혜택 등 자신들의 매력을 극대화함으로써 금융허브로서의 위상도 다져가겠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건설 등 20개 가까운 우리 기업들도 이미 현지법인이나 지사를 설치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키워 가고 있다.

파나마는 세계 금융위기 여파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중남미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10년간 평균 8.5% 수준의 경제성장을 보이다가 지난해에는 6%로 둔화됐다. 하지만 2015년도 중남미지역 전체 성장률이 –0.4%(마이너스 성장)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두드러진 발전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출장차 파나마를 처음 방문한 것은 2002년 초였는데, 당시의 파나마는 중남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개발도상국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해 5월 대사로 부임하며 마주한 파나마는 14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나라여서 스스로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파나마는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개방경제와 무역 자유화, 외국인 투자 유치, 대형 국가개발 프로젝트 추진 정책 등을 통해 역내는 물론, 세계 경제 무대에서 독자적 위상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여정에 있어 파나마는 우리의 발전 경험을 배우고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실질 협력을 증진해 나가고 싶다는 희망을 표명하고 있다.

파나마인들은 기존 운하는 미국에 의해 건설되었지만 이번 확장 운하는 파나마인들의 손으로 건설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번 확장 운하 개통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과 자긍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개통식에 10여개 국가 정상급 인사를 포함해 세계 60여개국 축하사절들이 참석할 예정인데, 우리나라에서도 강호인 국토교통부장관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문해 우리 정부의 축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파나마 측에서 우리의 고위급 축하사절 파견에 대해 사의를 표한 것은 물론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번 역사적인 파나마 확장 운하 개통을 계기로 우리의 대외무역이 긍정적 탄력을 받고 우리나라와 파나마 양국이 여러 분야에 걸친 외교적, 경제적 관계를 더욱 강화하면서 호혜적 협력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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