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1일 자신이 주창해온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상법 개정'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제시했다. 둘 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지만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전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이어 두 번째 교섭단체 대표 연설 주자로 나선 그는 박 대통령을 겨냥해 "현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워 집권했지만, 경제정책 기조에서 경제민주화가 사라진 것은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고,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유일한 수권 정당은 더민주라는 점을 부각했다.
김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재벌의 의사결정 민주화를 위한 상법개정,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한 공정거래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은 더민주가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의회의 본분은 거대경제세력을 견제하는 것이라는 것"이라며 "재벌총수의 전횡을 막기 위해 의사결정 과정을 민주화하는 것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즉 반칙과 횡포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즉각 상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정 원내대표가 대기업 규제보다는 '상층 노동자의 과보호 폐지와 특권 양보'에 방점을 찍은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여야가 불평등·양극화 문제 해소에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해법을 두고는 시각차를 보여 20대 국회에서 '재벌 개혁'을 두고 여야의 논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또 상법 개정은 박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집중투표제·다중대표소송 도입 등 소액주주들이 지배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독립적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상법 개정안을 대선 공약으로 내놨었다. 법무부도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 2013년 7월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나 재계의 반발로 이후 논의가 멈췄다.
김 대표는 이어 "경제민주화를 위한 또 하나의 시급한 과제는 공정거래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것"이라며 "전속고발권의 실질적 폐지는 한국경제에 일상화된 독점의 폐해에 손을 대겠다는 국민적 의지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의 경우 공정거래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의 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박 대통령도 전속고발권 폐지를 경제민주화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2014년 1월 감사원, 조달청, 중소기업청에도 고발요청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후 각 기관에 담당 인력과 예산이 제대로 배치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됐다.
◆"경제민주화 확고한 의지 가진 대통령 후보 배출"
김 대표는 또 "아무리 의회에서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최고통치자의 의지가 없다면 법과 제도는 화석이 될 수밖에 없다"며 "더민주가 경제민주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권 청사진으로 '포용적 성장'을 내세운 것이다.
김 대표는 포용적 성장을 "불평등 해소를 통해 성장 동력을 얻는 것"으로 규정한 뒤 △소득 격차 해소를 통한 내수 확보 △경제성장 혜택의 공평한 분배를 목표로 내놨다.
구조조정과 관련해선 "지금처럼 막대한 국민혈세로 부실기업의 생존을 연장시키는 것은 IMF 시기는 물론이며 과거 모든 정권이 반복했던 실패한 대책"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김 대표는 개헌 이슈도 거론하며 "변화된 시대에 맞게 국민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하고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등 국가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조속히 개헌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한다"며 국회 개헌 특별위원회위를 설치할 것을 제안해 정세균 국회의장에 이어 개헌 논의에 불을 지폈다.
그는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면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 대화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 의장이 남북 국회 회담 추진에 나서달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