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기동역에서 경동시장 가는 길에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다. [사진=엄주연 인턴기자]
아주경제 엄주연 인턴기자 = 지난 20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에 도착하자 익숙한 한약재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푹푹 찌는 더운 날씨에도 제기동역 거리는 흥정하는 고객들과 노점 상인들로 활기를 띠었다. 이 지역은 한약재로 유명하지만 길을 걷다 보면 채소부터 해산물, 육류까지 없는 것이 없다. 지하철역부터 줄지어 있는 노점상을 따라 경동시장을 찾아 나선지 10분, 큰 도로 맞은편에 경동시장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반대편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경동시장 본관 모습이다.[사진=엄주연 인턴기자]
◆ 약재는 역시 경동시장
경동시장은 서울 동쪽인 경기도와 강원도 농촌 주민들이 농산물을 내다 팔던 곳이다. 그래서 경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960년에 4층 빌딩을 지어 공설시장으로 시작한 곳으로 1980년대부터는 양념류, 제수용품, 한약재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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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동시장은 본관, 신관, 농협 건물을 뜻한다. 세 건물을 합친 면적은 약 7900㎡로 총 150개의 점포가 입점해 있다. 본관에서는 견과류와 도라지, 더덕을 판매하고 신관은 멸치와 같은 건어물, 농협 건물은 콩 종류와 매실 등을 팔고 있다.
최근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은 역시 홍삼이었다. 본관 2층 건물에서 만난 조명동씨(59)는 “경동시장은 믿을 수 있어서 찾는다”며 “약재 쪽은 이곳이 유명하다”고 했다. 같은 층에서 만난 엄모씨(32)도 “기력보충을 위해 홍삼을 사러 왔다”며 “이곳이 노점보다 훨씬 깨끗하기 때문에 믿음이 간다”고 했다.

경동시장 본관 2층 내부 모습이다.[사진=엄주연 인턴기자]
◆ 할 말 많은 경동시장 상인들
반면, 시장 상인들은 날마다 쌓여가는 오해로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경동시장은 서울약령시, 청량리 청과시장, 경동 광성상가 등 여러 시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흔히 이 일대를 통틀어 경동시장으로 부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경동시장은 건물 3동과 본관과 신관 사이에 있는 점포만 관리한다. 경동시장 상인연합회 송창호 사무국장은 “다른 곳에서 산 제품인데도 경동시장에서 샀다면서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경동시장 이미지만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노점상과의 갈등이다. 사실, 시장이라면 어디나 노점상과의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경동시장의 피해는 더 크다. 제기동역을 찾는 사람 중 80%가 60대 이상이다. 오래 걸어 다니기도 힘들뿐더러 싼 맛에 물건을 사는 일이 많다. 때문에 경동시장의 매출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노점상은 상인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행인에게도 불편의 대상이 되고 있다. 5m의 인도 폭에 노점상은 1m80㎝를, 정식 매장은 1m40㎝를 사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인도 폭은 1m80㎝ 정도에 불과하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에도 비좁은 넓이다.
경동시장 상인연합회 회장은 “입점 점포는 원산지를 원칙대로 붙인다. 하지만 노점상은 단속을 안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원산지 표시를 잘 한 점포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들은 수입산이면 무조건 꺼려하기 때문에 거짓이라도 국내산에 마음이 간다는 것이다.
동대문구청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이 없어 난감한 입장이다. 동대문구청 김환명 가로정비팀장은 "경동 시장 인근에 있는 노점상만 약 468개 정도인데, 강제로 나가라고 할 수가 없다"며 "주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와 협력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