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이 회사 최대주주인 한진칼은 정석기업 주식 장부가를 취득 때보다 30% 이상 낮은 15만원대로 잡고 있으나, 2대주주인 조양호 회장 지분이 30만원에 맞먹는 가격에 거래됐다는 얘기다. 정석기업은 총수 일가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20% 이상으로,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도 올라 있는 회사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비상장사인 정석기업은 이달 8일 자사주 매입 형태로 조양호 회장으로부터 이 회사 지분 6.87%(8만4530주)를 1주에 29만6966원씩 총 251억300만원에 사들였다. 조양호 회장이 보유한 정석기업 지분은 27.21%에서 20.34%로 줄었다.
조양호 회장이 주식을 1주당 약 29만7000원에 판 데 비해 한진칼은 3월 말 기준 정석기업 지분 장부가를 절반 수준인 15만1822원으로 계상했다. 한진칼은 2013년 8월 경영참여 목적으로 정석기업 지분 48.27%를 1주당 23만1446원씩 총 1375억5300만원에 취득했다. 정석기업 주식 장부가는 애초 취득가와 같은 23만1446원이었지만, 최근 15만원대로 34.40% 낮아진 것이다.
한진칼은 비상장사인 정석기업 장부가를 취득가로 계상하지 않은 만큼, 감정가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개 비상장주식 장부가는 상장사처럼 시가(주가)를 산정하기 어려워 취득가로 잡거나 회계법인으로부터 얻은 감정가로 계상한다.
한진칼이 정석기업 장부가를 취득 때보다 34% 넘게 떨어뜨린 이유는 기업가치 하락으로 추정된다. 정석기업 자본총계는 2013년 말 2955억원에서 2015년 말 2262억원으로 약 23% 줄었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118억원에서 92억원으로 22% 가량 감소했다.
조양호 회장은 이번 거래로 마련한 돈을 한진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지주 격인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데 썼다. 한진칼은 단기차입금 1300억원을 갚기 위해 4월부터 유상증자를 추진해왔다.
주식거래와 유상증자를 통해 정석기업에서 조양호 회장으로, 다시 한진칼로 들어간 돈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일감 몰아주기로 만들어진 것이다. 정석기업은 2015년 총매출 413억원 가운데 약 20%를 대한항공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로부터 올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 참여를 보면,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 구조조정 문제로 사재출연 압력을 받는 상황에도 경영권 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