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뺏는 은행… 여러 금융사 조회만 해도 대출 거절

2016-06-1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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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DB]


아주경제 홍성환·윤주혜 = # 강원도 춘천에 사는 박씨(33)씨는 최근 서민금융 상품 가운데 하나인 새희망홀씨 대출을 받기 위해 몇몇 시중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과다조회'로 인해 대출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단지 여러 금융사에서 대출 상품을 상담했다는 이유로 돈을 빌릴 수 없게 된 것이다. 급하게 돈이 필요한 박씨는 결국 더 비싼 이자를 내고 제2금융권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것도 아니고 단지 이곳저곳에서 대출을 알아봤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비올 때 우산을 뺏지 말라'는 금융당국의 경고마저 무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희망홀씨와 같은 서민 대출 상품도 대출 받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특히 일선 영업 현장에서는 대출과 관련해 조회 이력이 많다는 이유로 대출을 승인해주지 않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출 관련 상품 조회가 많으면 금융기관들이 신용등급과 점수를 낮추는 관행이 있었다. 하지만 2011년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대출 조회가 신용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출 조회가 많으면 신용도에 영향을 미쳐 대출 승인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그런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신용평가에 신용조회 정보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신용평가 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신용정보가 없는 사람에 대해서 조회정보가 있는 경우에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영업 지점에서는 대출 조회 기록이 많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하는 일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수익성만 따지면 은행들이 서민금융 상품 대출을 하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다"면서 "현장에서 일부 그런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아직 두드러진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이유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제2금융권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과다조회로 대출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 최소 2~3개월이 지나야 은행으로부터 제대로 된 대출 심사를 다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들어 은행권에서 대출 심사를 강화하자 2금융권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올해 1~3월 가계부채가 20조6000억원 늘었는데 이 가운데 15조원이 2금융권에서 새롭게 발생한 대출이다.

이 기간 동안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증가액은 7조6000억원으로 예금은행 증가액(5조6000억원)을 웃돌았다.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캐피탈 등 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도 7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제2금융권의 경우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고금리이기 때문에 저신용자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가계부채로 인해 향후 우리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보험업계를 시작으로 제2금융권에 대한 대출 심사를 강화키로 했다. 하지만 앞서 은행 여신 심사 강화가 제2금융권 대출 확대로 이어졌듯 오히려 사금융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취약계층에서 가계부채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부정적 신호다"며 "한국경제가 부실화하면 가장 먼저 직면할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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