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오일뱅크 정유 고도화시설 전경.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최근 국내 정유사들의 설비고도화가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쟁국인 중국의 추격, 산유국들의 정제설비 투자 등으로 시장경쟁이 더욱 치열한 상황에서 국내 정유사들의 설비 고도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업체 중 고도화비율(일반 정제 능력 대비 고도화 정제 능력의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현대오일뱅크로 39.1%다.
GS칼텍스가 34.9%로 뒤를 바짝 쫓고 있고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각각 23.7%, 22.1%를 나타내고 있다.
고도화설비는 일반 정제 시설에서 한번 정제하고 남은 벙커C유와 아스팔트 등 잔사유를 다시 한 번 정제해 휘발유와 경유 등 수익성이 높은 경질유를 추가로 생산하는 설비다. 즉 고도화비율이 높다는 것은 똑같은 양의 원유를 투입했을 때 경쟁사들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1989년 처음으로 고도화설비를 도입한 현대오일뱅크는 2011년 제2고도화 설비를 준공하는 등 꾸준한 투자를 통해 10%대에 머물렀던 고도화 비율을 39.1%까지 끌어올렸다.
고도화율을 끌어올리면서 실적 우상향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유가급락으로 정유사들이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던 2014년에도 현대오일뱅크는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고, 올 1분기까지 15분기 연속 흑자를 유지하는 대기록도 세우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상승세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1분기 3.0%에서 올해 1분기 7.5%로 두 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오일뱅크는 목표로 내세운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위해 설비고도화 이외에도 원유정제에 필요한 촉매를 국산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제시 원유에 포함된 황을 제거하는데 사용되는 촉매는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 최초로 촉매를 자체 개발해 올해 말부터 직접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촉매 국산화로 현대오일뱅크는 연간 6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쟁국들의 정제설비 증설과 미국과 중동 등 산유국들의 정제설비 투자로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심화가 예상된다”면서 “우리나라 정유업체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고도화율을 높이는 한편, 수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고수익 체제로 빠르게 재편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