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이제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냐 탈퇴냐를 결정지을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영국인들이 EU 탈퇴를 결정할 경우 전례없는 새로운 길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U 탈퇴를 원하는 이들은 EU 당국이 영국에 각종 규제를 부과하기 때문에 EU를 떠나야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EU에 남아있는 한 국경 통제를 해결할 수 없어 막대한 이민자를 계속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브렉시트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을 앞지르고 있다. 정말 브렉시트가 결정될 경우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때일지 모른다. 영국이 EU를 떠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카메론 지고 존슨 뜨고
우선 정치적으로는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에 대한 퇴진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현재 그는 잔류 캠페인을 이끌고 있지만 2015년 총선에서 EU에 회의적인 여론을 이용해서 자신이 속한 보수당이 승리하면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보수당은 압승했고 카메론은 EU와 협상 끝에 영국의 특별 지위를 얻어냈다. 그러나 새로운 협상 결과도 국민들의 마음을 잔류로 돌려세우지 못했다. 보수당 내에서조차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반성과 찬성이 대립하고 있다.
CNN머니는 현재 탈퇴 진영을 이끌고 있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차기 총리 후보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누가 영국 정부를 이끌건 그는 EU에 영국이 탈퇴하겠다는 뜻을 공식 전달해야 할 것이다.
▲ 투자·무역 위축 불가피
무엇보다 브렉시트로 가장 큰 영향이 예상되는 부분은 경제다. 영국 정부, IMF, 영란은행, 연준, 오바마 대통령 등 주요 기관과 지도자들은 세계 5대 경제국 영국이 EU를 떠나면 영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닛 옐런 연준 총재는 현지시간 15일 정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는 국제 금융시장의 경제, 금융조건에 결과를 미칠 수 있는 결정”이라며 브렉시트 결정 시 “미국의 경제전망을 바꾸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브렉시트로 2030년 기준 영국 GDP가 5%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고, 일부 전문가들은 파운드 가치가 10~20% 폭락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영국 관리들은 브렉시트 시 82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런던에 모여있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금융허브를 찾아 떠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특히 무역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영국은 EU를 떠나면서 자동적으로 자유무역 권리를 잃게 된다. 현재 영국 수출품의 45%가 EU를 향하고 있으며 은행이나 보험 등 금융 서비스 부문에서 EU 의존도는 더 높다. 브렉시트 찬성 측은 영국이 EU와 다시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 된다고 하지만 EU가 싫다고 나간 영국의 요구를 EU가 순순히 들어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투자와 고용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많은 미국 기업들은 유럽으로 가는 관문으로써 영국에 투자한다. CNN머니에 따르면 EU 기업들 역시 2014년에 영국에 4,960억 파운드(약 824조 원)를 투자했다. 영국이 유치한 외국인 투자액 중 절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제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이 같은 투자금이 회수되거나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컨설팅 업체 EY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중 72%가 영국에 투자하는 이유로 유럽으로의 접근성을 꼽았다. 약 1/3은 국민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투자를 동결하거나 감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부동산 투자도 가파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 EU 와해 가능성도
아울러 영국을 따라 EU 회원국들이 줄줄이 EU를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10개 회원국 응답자 중 47%가 EU에 회의적이라고 답하는 등 유럽에서도 EU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EU 내에서 반유로·반이민을 내세우는 극우 정당들이 기세를 얻고 있는 만큼 선거에서 승리를 하기 위해 자국민들에게 EU 탈퇴 국민투표를 약속하는 당도 많아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EU가 완전히 와해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밖에도 이미 스코틀랜드 국민당은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국민에게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 영국-EU 간 이민 비자 필요
수백만 이민자 문제도 주목할 이슈다. 현재 이민자 문제가 브렉시트 찬성 여론을 이끄는 핵심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탈퇴 측은 영국이 이민자 수용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존에 영국에 들어온 이민자 300만 명은 어떻게 될까? 탈퇴 측은 기존에 살던 이민자들은 계속 머물 수 있지만 앞으로는 비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