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여론 주도하는 반이민 정서

2016-06-1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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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최근 여론조사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찬성 여론이 반대를 연달아 앞지르는 결과가 나오는 가운데 이 같은 여론을 이끄는 핵심 배경으로는 몰려드는 이민자에 대한 영국인들의 불만이 꼽힌다.

EU 제도 하에서는 EU 시민 누구라도 EU 회원국 어디서나 머물고 일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영국에서는 이민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EU와의 관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논의가 촉발됐다. 영국이 EU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을 모두 받아야 된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영국 국민 약 6,500만 명 중 300만 명 이상이 이민자다. 공식 추산에 따르면 향후 15년간 이민자 300만 명이 추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몇 년 사이에는 EU가 폴란드, 리투아니아, 루마니아까지 확대되면서 동유럽 출신 이민자가 대거 늘었다. 상대적으로 영국이 EU 회원국 중 경제 성장률 좋다 보니 많은 이들이 영국을 향했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2015년 유럽에서 영국으로 유입된 신규 이민자 수는 EU 시민만 18만4000명에 달했다. 그 중에서도 작년에는 불가리아인과 루마니아인이 30%나 뛰었다.

현재 이민자 문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런던 북부 180km 가량 떨어진 보스톤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간 15일 보도했다. 옥스포드 대학교의 연구팀에 따르면 보스톤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이민자 수가 6배나 늘었다. 현재 보스톤 인구 6만5000명 중 외국인이 1만 명이다.

실제로 시내 곳곳에는 동유럽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료품 가게나 옷 가게 등이 많이 들어섰다. 간판은 영어와 러시아, 폴란드, 리투아니아 언어가 혼재한다.

일부 주민들은 새로운 이주자들이 각종 가게를 열면서 지역 경제를 다양화하고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보스톤에서 밀, 사탕무, 컬리플라워 등을 키우는 농업업체 PC 틴슬리의 마크 틴슬리 매니징 디렉터는 EU와의 자유이동이 사업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동유럽 사람들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사람들을 채용할 수 있어 다행이다. 약 50명 이민자를 고용 중인데 대부분은 동유럽 사람들”이라며 “무슨 일이 있어도 EU 탈퇴를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잔류 캠페인은 이민자 유입이 세수를 증대시키고 금융 및 의료 부문에서 숙련 노동자를 충원할 수 있어서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보스톤 실업률은 작년 말 4.4%로 영국 전체의 5.1% 대비 낮았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주택 임대료가 치솟고 있는데 임금은 제자리라는 것이다. 보스톤에서 2015년 평균 월간 임대료는 57파운드(약 95만 원)로 링컨셔 7개 지역 중 제일 높았다. 그러나 평균 주급은 411파운드(약 68만원)로 링컨셔에서 가장 낮았다. 또한 2002년에서 2015년까지 보스톤에서 평균 임금 상승률은 27%로 영국 평균 35%에 못 미쳤다. 

학교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보스톤의 학생수는 지난 7년간 1,000명 이상 증가해 1만 명을 찍었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 비율은 25%까지 증가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65% 이상이 영어를 제2 외국어로 쓴다. 링컨셔 평균인 8%와 비교해 훨씬 높다.

학교 측은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선생을 구하는 것이 힘이 들고 학교 운영비도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또한 현지 학생들은 이민자에 밀려 원하는 학교 진학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또한 많은 여성 주민들은 밤에 동유럽 남자들이 떼를 지어 모여 있어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게 무섭다고 말했다. 

보스톤뿐 아니라 영국 전역에서 반이민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유고브 조사에 따르면 브렉시트 지지자 중 40% 이상이 이민 문제 때문에 탈퇴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응답자 중 약 절반은 EU를 떠나면 향후 몇 년간 이민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9%였다.

브렉시트 찬성 캠페인은 이 같은 반이민 정서를 파고든다. 이들은 이민자 문화가 영국 전통과 가치와 생활 양식을 무너뜨리고 영국의 공공재와 인프라에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한다.

탈퇴 진영을 이끄는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이민자 급증은 이민 통제권 상실을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이라며 “영국이 국가를 운영하는 능력을 빼앗긴 실태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런던정경대의 사미너 힉스 정치학 교수는 “잔류 진영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있다. 탈퇴 진영은 이민 문제가 약점이라는 것을 알고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탈퇴에 맞서 잔류 진영은 이민자가 영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무엇보다 이민 문제 때문에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어마어마한 경제적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란 점을 강조한다. 또한 이들은 영국이 EU를 떠날 경우 EU 회원국과의 자유 무역의 대가로 EU와의 자유 이동 규제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인들의 반이민 정서가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확인하는 데에는 이제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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