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위기 리더십 시험에서 낙제점

2016-06-1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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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미국 대선에서 사실상의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위기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첫 시험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이 평가했다. 인종 및 종교에 대한 차별로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사람들의 공포심을 더욱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49명의 사망자와 53명의 부상자를 내며 미국 총기난사 역사상 최악의 사례로 기록된 올랜도 참사 이후 대선 후보들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미국인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에 높은 관심이 쏠렸다. 
트럼프는 즉각 모든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을 다시 꺼내들었다. 아울러 ‘이슬람 급진주의자’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미온적인 태도에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가 지속적으로 인종 및 종교 차별적인 발언을 일삼으면서 미국 사회에 깊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시간 14일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 의원들마저 올랜도 총기참사에 대한 트럼프의 대처가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공화당 의원들은 폴리티코에 트럼프가 위기 시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의원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 역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금지를 정면 비판했다. 라이언 의장은 14일 기자들의 질문에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우리의 국가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원칙을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또 "미국은 지금 급진 이슬람과 전쟁을 하는 것이지 일반 이슬람과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무슬림은 우리의 파트너이고, 이 나라와 전 세계의 대부분 무슬림은 온건하고 평화로우며 관대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과의 맞서 싸우는 데서 우리의 최상의 동맹이자 자원"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즈(NYT) 역시 트럼프가 공포심을 가라앉히기보다 오히려 공포심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랜도 총기난사가 일어난 다음날인 13일 트럼프는 테러가 미국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에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을 것이다. 총을 든 남자 하나가 올랜도 총기난사를 일으켰다. 무슬림이 대중에게 무슨 일을 저지를지 상상이 되냐"고 물었다. 

이는 정치 지도자들의 전통적 행보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전통적으로 지도자들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나라를 하나로 통합하고 국민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다시금 안전하다는 마음이 들도록 노력했다. 911 테러 이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모스크 사원을 방문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프린스톤 대학교의 줄리안 E 젤리저 역사학 교수는 트럼프가 ‘거봐 내가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이것을 미국이 직면한 위협을 자신이 예견했고 그러므로 결국 자신의 말대로 더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CNN에 출연하여 트럼프는 시리아 난민들이 “미래에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나는 앞으로 무슨 사태가 일어날지 상당히 정확하게 예견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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