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49명의 사망자와 53명의 부상자를 내며 미국 총기테러 역사상 최악의 사례로 기록된 12일 플로리다 주 올랜도 게이 나이트클럽 총기난사 상황이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속속 확인되고 있다. 피를 말리는 공포와 혼돈의 순간이었다.
나이트클럽 내부에서 총소리가 점점 커졌다. 몇몇 사람들은 다급하게 화장실 칸으로 몸을 숨겼고 일부는 문 밖에서 발이 보일까봐 변기 위로 올라섰다. 얼마 뒤 범인은 화장실로 들이닥쳤다. 추가 위협을 우려해 자신의 이름을 올랜도라고 밝힌 한 사람은 뉴욕타임즈(NYT) 전화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고 목숨을 구걸했다”고 말했다.
올랜도에 따르면 범인은 화장실에서 인질들에게 아무한테도 문자를 보내지 말라고 하면서 휴대폰을 전부 압수한 다음 911에 전화를 걸어 차분하게 IS에 충성을 맹세했다. 또한 미국이 시리아 IS에 공격을 멈춰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 보스톤 마라톤 폭발 사건을 칭송하고 경찰이 클럽으로 진입하면 더 큰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위협했다.
올랜도는 이후 범인이 주변에 시체들을 손으로 찔러보면서 정확히 사망했는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죽은 척 했으며 범인이 자신도 찔러보았다고 전했다.
CNN 등 미국 언론에는 당시 현장을 찍은 동영상도 공개됐다. 사망자 중 한 명인 25세 아만다 알베어는 당시 현장을 찍어서 소셜미디어 스냅쳇에 올렸다. 영상에서 사람들이 춤을 추는 동안 몇 발의 총성이 들린다. 하지만 알베어는 전혀 놀란 모습이 아니었다. 이어 총성이 20회 정도 다시 울리자 혼란과 두려움에 찬 알베어의 얼굴이 비치며 영상은 끝이 난다.
한편 28세 애쉴리 서머스는 사건 후 인터뷰에서 처음엔 총소리가 폭죽소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마침내 총소리라는 것을 깨닫고는 바 근처에서 바닥에 엎드렸고 머리 위로 유리조각들이 쏟아졌다. 서머스는 다행히 가게 뒤편 출구와 가까워 기어서 나왔지만 밖에서 어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먼저 창고로 숨었다. 가게 안에서 총소리가 계속 들리는 동안 서머스는 가구 조각을 들고 몸을 보호하며 이동해 완전히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NYT에 따르면 용의자 오마르 마틴은 처음 클럽에 입장해 총격을 가했을 때 휴일이던 경호원과 대치했다. 이들은 몇 차례 총탄을 주고 받았고 그 사이 몇몇 손님들은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몇몇 경호원들이 더 가세하자 용의자는 화장실로 후퇴했다.
그는 다른 손님들이 몸을 숨기고 있던 화장실까지 깊숙이 들어갔다. 화장실 안에는 경찰 추산 14~20명 정도의 손님들이 숨어있었다. 그 중 한 명인 30세 에디 저스티스는 “엄마 사랑해요. 클럽에서 총격 사건이 났어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2분 뒤 그는 “죽을 것 같아요”라고 보냈고, 30분 뒤 “경찰에 전화해요. 어서. 범인이 우리랑 화장실에 있어요”라고 보냈다.
포위망이 좁혀 오자 마틴은 화장실에 있던 사람들에게 총을 발사했다. 기적적으로 올랜도는 총을 피할 수 있었지만 주변에 있던 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마침내 벽을 뚫고 안으로 진입한 경찰들과의 마지막 총격전에서 범인은 실탄을 채우면서 “총알은 충분하다!”고 소리쳤다.
용의자는 그 자리에서 사살되었지만 올랜도의 몸은 너무나 긴장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 올랜도는 경찰이 자신을 일으켜 세워서 밖으로 내보냈다고 말했다. 나와보니 몸에는 자신의 것이 아닌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냈던 저스티스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한편 희생자 중에는 테마파크 유니버설 올랜도에서 일하던 22세의 루이스 비엘마, 무용수인 20세의 루이스 오마르 오카시오-카포, 텔레마케터와 학업을 병행하며 조카들을 돌본 22세의 후안 라몬 게레 등 아까운 많은 젊은이들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