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훈 산업부 기자.]
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동 대한항공 빌딩. 출근하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얼굴에는 안쓰러울 정도로 피곤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만큼 조 회장의 고민과 근심이 깊다는 얘기다.
'내우외환'. 요즘 한진그룹 처지다. 안으로는 조종사 노조와의 대립이 극으로 치닫고 있고, 밖으로는 한진해운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으면서 채권단의 대주주 사재 출연 요구가 커지고 있다. 2014년 12월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의 여파가 가라앉은지 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요즘 일이 많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할 얘기가 없다"라면서 웃는 얼굴로 답했다. 일견 행사장을 찾은 손님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소 장난스럽기까지 한 그의 표정은 최근 그룹이 겪고 있는 위기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순간 아버지가 있어 내가 당장 나설 일도, 책임질 일도 없다고 판단하는 건 아닐까 의구심마저 들었다.
물론 조 회장이 그룹 전체를 총괄하기 때문에 당연히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고 고민이 많은 것도 맞다. 하지만 고민과 걱정, 아픔은 나눌수록 힘이 덜 든다. 가족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재계 일각에서는 조 부사장에게 직위에 걸맞는 책임과 위기경영을 공부할 기회를 줘야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 시작으로 대한항공의 조종사 노조 문제를 맡겨보는 건 어떨까 싶다.
조 부사장은 1975년생이다. 한국 나이로 42살이다. 공자는 '나이 마흔 살에는 미혹되는 일이 없다'고 했다. '무엇인가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이번 그룹의 위기는 조 부사장 입장에선 차기 한진그룹 리더로서의 리더십을 널리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아버지보다 훨씬 매끄럽게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설령 일이 잘 안되더라도 그가 차기 총수로서 성장하는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야구 감독들이 큰 점수차로 지고 있을 때 새로운 투수를 내보내는 것도 이런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