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차이나머니가 이번에는 이탈리아 로봇업체 인수를 선언하며 엄청난 먹성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영국 파이낸션타임스(FT) 중문판은 지난해 조성된 중국 사모펀드 에이직캐피털(Agic Capital 漢德資本)이 12일 로봇팔 부품 등을 생산하는 이탈리아 로봇기업 지매틱(Gimatic)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1년 전 설립된 지매틱은 로봇산업에서 확실한 입지와 실력을 갖춘 전통있는 기업이다. 최근 3년간 매출 평균 증가율이 20%를 웃도는 등 글로벌 경기 부진 속에서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잠재력이 큰 아시아 시장 비중이 전체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쳐 이번 인수를 통해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이직캐피털 관계자는 "세계 공업 자동화와 로봇산업 성장률의 절반은 중국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면서 "지매틱 등 기술력을 갖춘 선진 기업은 중국을 진출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랐는데 이번 인수로 그 길을 열어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에이직캐피털의 설립자인 차이훙핑(蔡洪平)은 도이치방크에서 고위직을 역임했던 투자 베테랑이다. 에이직캐피털의 기본 투자 방향은 '스마트 제조업과 미래'로 첨단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자동화와 인터넷을 통한 '연결'을 핵심으로 하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과 관련 산업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에는 중국화공그룹(켐차이나)를 필두로 하는 컨소시엄의 독일 화학공정설비 제조업체 크라우스 마파이(KraussMaffei) 인수 사업에 동참하기도 했다. 당시 인수대금은 채무청산금을 포함해 총 9억2500만 유로(약 1조2200억원)로 차이나머니의 독일기업 인수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번 에이직캐피털의 지매틱 인수는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로봇 굴기(屈起)'에 힘을 보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 2013년부터 이미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시장이다. 지난해 중국 산업용 로봇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6%가 늘어난 6만6000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북미와 유럽 수요는 각각 11%, 9% 증가에 그친 것과 비교할 때 훌륭한 성적표다.
하지만 '첨단 기술력' 부족은 중국 로봇업계가 안고 있는 숙제로 지적된다. 로봇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중국 공업신식화부(정보산업부 격)는 최근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재정부와 함께 '로봇산업 발전계획(2016~2020년)'을 공개하고 로봇산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실력있는 로봇 선진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지매틱 인수에 앞서 지난 5월에는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가 44억 유로(약 5조8700억원)에 독일 로봇 제조업체 쿠카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나와 글로벌 시장의 시선이 중국에 쏠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