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0일 해군과 해병대, 해양경찰,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요원 등으로 구성된 ‘민정경찰’(Military Police)을 편성해 한강 하구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차단, 퇴거하는 공동작전을 펼쳤다.
고속단정(RIB) 4척과 24명으로 편성된 민정경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해 한강 하구에서 작전을 시작했다. 민정경찰은 정전협정 후속합의서에 따라 유엔사 깃발을 게양하고, 개인화기(소총) 등으로 무장한 채 임무를 펼쳤다. 경고방송으로 퇴거를 요구한 뒤 불응하면 물리적으로 강제 퇴거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작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남북간 우발적 충돌에 대비해 해군 함정과 의무 후송 헬기가 인근에서 대기했다. 이날 이 지역에서는 중국 어선 10여척이 불법 조업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과 해경, 유엔사가 제3국의 민간 어선 단속을 위해 민정경찰을 편성, 공동작전을 펼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강화도-교동도-불음도로 이어지는 한강 하구는 유엔사가 관할하는 중립수역으로 우리 군과 해경이 단속할 수 없는 지역이다. 정전협정 후속합의서는 남북한이 한강하구 중립수역에서 쌍방 100m까지 진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유엔사 군정위에 등록한 선박만 중립수역 중앙으로 항해토록 하고 있다. 유엔사 군정위는 지난 4월 한 달간 이 지역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하고 중국 어선을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무단 진입한 선박으로 규정했다.
중국 어선들은 이 같은 허점을 노려 수년간 연평도 꽃게와 물고기 등 어족 자원을 쓸어갔다. 이들은 100여척이 넘는 거대 선단을 이루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우리 해역에서 꽃게를 비롯해 범게, 조개류, 까나리 등을 싹쓸이했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이 날로 기승을 부리면서 최근에는 ‘황금 어장’으로 불리는 한강 하구까지 밀고 들어왔다. 꽃게잡이 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4월 이후에는 하루 평균 20~30척이 출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사이 우리 어민들의 시름은 깊어져갔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꽃게 어획량이 급감한 것.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09년 292만㎏이던 연평도 꽃게 어획량은 2010년엔 242만㎏, 지난해엔 무려 3분의 1 수준인 117만㎏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의 경우에도 지난 4월 꽃게 어획량은 575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1~4월 누적 꽃게 어획량도 664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07t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년간 고통에 시달리던 지역 어민들은 더는 참지 못하고 직접 중국 어선 퇴치에 나섰다. 지난 5일 새벽 서해 북한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120여척의 중국 어선 가운데 70여척이 NLL 남쪽 우리 측 어장으로 넘어와 꽃게잡이를 하자 연평도 어민들이 나포에 나섰던 것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는 유엔사와 협의를 통해 이날 전격 단속에 나섰다. 불법 조업 중국 어선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정부는 “외교적 조치의 한계를 인식해 유엔사와 협의를 통해 (군사적 조치 일환으로) 민정경찰을 운용하기로 했다”며 “정전협정의 정상적인 이행을 위해 유엔사 군정위 협조 아래 운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작전에 앞서 정부는 한강 하구 수역이 수십 년간 출입하지 않았던 구역이라 중국 어선 단속 과정에서 자칫 남북간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판단, 민정경찰 운용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유엔사 군정위 이름의 대북 전화통지문을 8일 북측에 사전 통보했다. 중국 측에 대해서도 같은 날 민정경찰 운용과 퇴거작전 등의 사실을 통보해 불법 조업 중국 어선 단속 과정에서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통보했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한강 하구 수역에서의 군사적 안정성을 유지한 가운데 불법 조업 중국 어선 차단과 퇴거를 위해 지속해서 관련 대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