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전격 인하… "구조조정 따른 경기침체 선제 대응"

2016-06-09 15:00
  • 글자크기 설정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의 6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와 관련한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홍성환·문지훈 기자 = 한국은행이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기업 구조조정이 향후 국내 경제에 미칠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경기 흐름이 부진한 가운데 구조조정이 대량 실업, 소비 부진 등으로 이어질 경우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본격화될 기업 구조조정이 실물경제와 경제주체의 심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선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 구조조정 후폭풍 선제적 대응

현재 조선·해운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기업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발표한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에 따라 조선사들은 2018년까지 고용 규모를 30%, 설비 규모를 20% 각각 줄일 예정이다. 이로 인해 대량 실업과 소비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향후 건설·철강·석유화학 등 다른 취약업종으로 구조조정이 확대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위기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적극적으로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구조조정 때문에 경기가 침체되고 있어 경착륙을 막는 차원에서 금리 인하와 재정확대가 필요했다"면서 "대내외적 여건 변화를 볼 때 금리 인하가 바람직하고 앞으로 추가적인 금리 인하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박사도 "최근 경기나 물가 흐름이 특별히 많이 악화된 것도 아니고 금통위의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선제적 대응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 부진한 경기 흐름… 미국 금리 인상 연기 가능성 '최적 타이밍'

조금씩 개선세를 보이던 국내 경기도 
최근 들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충격을 받았던 작년 2분기(0.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민간소비·설비투자·수출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분기 설비투자는 전분기보다 7.1% 감소하며 2014년 1분기(–1.1%)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민간소비 역시 같은 기간 0.2% 감소해 지난해 4분기 1.4% 증가에서 하락 전환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데이터 디펜던트(경제지표 의존)'를 강조한 금통위가 최근의 국내외 경제 흐름을 통화정책 결정에 반영한 것이다.

이 총재는 "불확실성 하에서는 데이터 디펜던트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통화정책"이라며 "최근까지 국내외적으로 상황 변화가 많았고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지금 먼저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또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이 커진 점도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외여건을 감안했을 때 6월이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당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르면 6월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였지만, 5월 고용지표가 부진하면서 인상 시기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한은이 먼저 통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이창선 박사는 "그동안 대외변수가 통화정책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미국 금리 인상이 가장 큰 변수였다"면서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최근 약화되면서 한은 운신의 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 "사상 최대 가계부채 어쩌나"

다만 금리 인하로 인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은 커졌다.

올해 들어 정부가 가계대출 심사를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급증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금융권 전체의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치인 1223조7000억원이다.

분기별 증가세는 작년보다 둔화됐지만 은행권 가계대출은 3월부터 다시 증가폭이 커지며 4월 5조2000억원, 5월 6조7000억원 각각 늘었다. 특히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받지 않는 집단대출이 급증했다. 여기에 높아진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저축은행, 대부업 등 2금융권을 찾는 '풍선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취약계층 부채 부실, 집단대출 부실 등 불거지면 잠재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이창선 박사는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 수요를 더 부추길 여지가 있다"며 "그런 점은 미시적인 건전성 감독 수단을 통해 가계부채가 너무 급증하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가계부채와 관련, 이 총재도 "최근 가계대출을 보면 은행보다는 비은행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금리를 내린 만큼 가계부채에 더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