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의 정치학] ‘TK냐 PK냐’ 해묵은 논쟁…20년 갈등에 영남권 ‘두 동강’

2016-06-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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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밀양 지지 vs 부산, 가덕도 유치…영남권 신공항, ‘TK 배제론’ vs ‘TK 패권론’ 충돌

MB정부 때 두 지역 ‘경제성 불합격’ 판정…이달 24일 파리공항공단 용역결과 발표

박근혜 대통령(뒤쪽)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정진석 새누리당,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왼쪽부터) [그래픽=김효곤 기자]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밀양(경남)이냐, 가덕도(부산)냐” 영남권 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여의도 정치권은 여·야를 넘어 지역동맹을 형성했다. 가덕도를 밀고 있는 부산지역 여·야 의원과 밀양 유치에 사활을 건 대구·경북(TK)과 경남·울산 의원들은 벼랑 끝 전술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PK(부산·경남) 대 TK’의 갈등이지만, 5개 지방자치단체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셈이다.

지역민심도 두 쪽으로 갈려져 ‘죽느냐 사느냐’의 퇴로 없는 게임에 돌입했다. 대규모(10조 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따른 파급효과 때문이다. 신공항 유치전에는 ‘막대한 경제 효과’에 대한 기대심리와 ‘지역 간 자존심’이 맞물렸다는 얘기다. ‘치킨게임’으로 치달은 신공항 유치의 분수령은 이달 24일 예정된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의 용역 결과 발표다.
◆MB때 ‘경제성 미흡’ 신공항…이달 24일 발표

8일 여·야 정치권과 전문가에 따르면 ‘신공항 유치전’의 관전 포인트는 △최종 후보지 선정 △정치 논리에 휘둘린 신공항 유치의 잔혹사 △각 후보지의 장·단점 △제3의 길 선택 △신공항 유치 이후 정계개편 등 크게 다섯 가지다.

이중 핵심은 최종 후보지 선정이다. ‘밀양 대 가덕도’는 10년째 계속된 해묵은 논쟁이다. 지난 1992년 부산시 도시기본계획에서 김해공항 대안으로 언급된 신공항 추진은 2006년 12월 27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신공항 건설에 대한 공식적인 검토를 지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이명박(MB) 정부 때인 2011년 3월 말 TK와 PK의 끝없는 갈등 끝에 백지화됐다. 참여정부의 공식 검토 이후 4년 3개월 만에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국토연구원의 2차 용역 결과, 비용 대비 편익비율(B/C)이 밀양 0.73, 가덕도 0.7로 ‘경제성이 미흡하다’는 결론 때문이었지만, 신공항 쟁탈전을 둘러싼 여권 집안싸움과 야권의 부추김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표류하던 신공항 유치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재부상했다. 국토교통부는 대선 이듬해 4월 신공항 재추진을 발표했고, 지난해 6월 신공항 타당성 검토를 위해 연구 용역을 계약했다. 이 과정에서 ‘부산권→남부권→동남권’ 등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현재 공식 명칭은 ‘영남권 신공항’이다.
 

20대 국회가 5월 30일 개원했다. 영남권 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여의도 정치권은 여·야를 넘어 지역동맹을 형성했다. 가덕도를 밀고 있는 부산지역 여·야 의원과 밀양 유치에 사활을 건 대구·경북(TK)과 경남·울산 의원들은 벼랑 끝 전술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PK(부산·경남) 대 TK’의 갈등이지만, 5개 지방자치단체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셈이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고정항목 제외된 용역?…‘보이지 않는 손’ 의혹

최종 결과는 안갯속이다. 양 지역 모두 장·단점이 뚜렷하다. 밀양의 장점은 ‘접근성’이다. 영남권 5개 시·도에서 1시간 내 접근이 가능하다. KTX 노선이 연결, 추가적인 교통망 구축도 필요 없다. 단점은 산으로 둘러싸인 탓에 안정성 및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가덕도의 장점은 ‘당위성’이다. 애초 신공항 유치는 ‘김해공항 포화상태’의 해결 명분으로 시작됐다. 국토연구원의 ‘동남권 신공항 개발의 타당성 및 입지 조사 연구’(2009)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김해공항 국제선 연간 이용객은 최대 566만1000명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김해공항 국제선 이용 승객은 595만8000여명에 달했다. 이미 30만 명가량을 초과한 셈이다.

사업 비용은 밀양 4조765억 원, 가덕도 5조9000억 원이다. 이는 노무현·이명박 정부 당시보다 절반 가량으로 줄어든 수치다. 다만 실제 사업 추진비는 10조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승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신공항 유치 갈등의 정점은 ‘고정 장애물’(산지) 요소가 용역 평가의 독립 평가항목에서 제외됐다는 의혹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새누리당 부산시당과의 당정협의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TK 패권론’이 깔렸다.

TK도 물러서지 않았다. 야권 성향인 홍의락(재선·대구 북구을) 무소속 의원은 ‘보이지 않는 손’ 의혹에 대해 “유치하고 한심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TK의 반발은 지역개발 배제된 ‘소외론’과 궤를 같이한다.

신공항 유치전이 ‘영남권 분열의 촉매제’ 등의 정계개편은 물론, 지역경제 쟁탈전과 무관치 않은 이유다.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영남권이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김해공항 확장안을 비롯해 제3 후보지 선정 등 새로운 대안 마련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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