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일본 불황의 이면이 '인기상품'들 속에 반영되고 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인 신문은 2016년 상반기 소비자동향 조사를 발표하면서 최근 일본 소비자들은 저가상품을 찾고, 기업들도 저가전략을 펴는 곳이 많다면서, 소비세 인상까지 미룬 아베노믹스를 '저가(低價)믹스'로 불러도 될 정도라고 8일 보도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외식업체 중 하나인 요시노야 홀딩스가 지난 4월에 발매한 330엔(한화 3600원)짜리 저렴한 돼지고기 덮밥은 출시 2개월 만에 연간 판매목표의 절반인 1000만개를 달성했다. 돼지고기 덮밥의 가격은 지난 2004년 한정판매 당시와 동일하게 책정됐다.
돼지고기 덮밥 인기로 내점 객수는 지난해 같은달 대비 3.2%가 늘었지만, 가격이 싼 돼지고기 덮밥을 먹는손님만 증가했기 때문에 매출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이다.
이같은 부진은 한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15년까지는 음식점들의 가격인상이 잇따랐지만,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외식 업체들이 저가 메뉴를 확충으로 위기를 타계하기 나서고 있다. 일본 KFC,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 점들은 일제히 저렴한 점심 세트를 메뉴에 추가하고 있다.
일본 KFC는 올 가을에 500~600엔 대의 런치메뉴를 추가할 계획이다. 낮은 가격대의 제품을 보충하면서 노년층 등 신규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버거 킹 재팬 역시 지난달 초에 490엔(한화 약 5300원)의 저렴한 세트 메뉴 3종류를 내놓았다. 원래 버거킹의 주력 세트메뉴의 가격은 700엔 정도다.
요시노야 홀딩스 산하의 회전 초밥 가게 역시 가장 저렴한 메뉴를 20% 이상 늘렸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전했다.
최근 일본은 계속되는 통화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좀처럼 투자를 늘리고 있지않으며, 임금 역시 기대만큼 올라가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이 '절약'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돈을 풀어 경기를 진작시킨다는 아베노믹스의 셈법은 갈 곳을 잃은 채, 경기불황에 쏟아진다는 저물가 물결만 넘실대면서 아베노믹스는 '저가믹스'라는 조롱까지 받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