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20대 국회도 7일 국회의장단 선출 법정 시한을 넘기면서 ‘지각 개원’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게 됐다.
여야 모두 ‘일하는 국회’를 약속했지만, 국회의장직을 차지하기 위한 ‘파워 게임’ 으로 시간을 허비, 법정시한까지 원 구성 협상이 공전(空轉)을 거듭한 탓이다. 이 과정에서 볼썽사나운 기싸움과 네 탓 공방을 벌인 터라, 여야가 그동안 강조해온 ‘협치’ 또한 공언(空言)에 그치게 됐다.
당초 의장직을 양보할 것으로 예상됐던 새누리당이 최근 “의장직 사수”로 입장이 돌변하면서 협상은 급냉기류로 변했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그러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지금 이 순간까지 새누리당의 그 어떤 책임 있는 당직자도 의장을 더민주에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적 없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여야를 통틀어 현역 최다선(8선)인 서청원 의원이 전반기 의장을 맡는 게 정치 도의상 합당하다는 주장이다.
원내 1당인 더민주도 국회의장만큼은 ‘양보 불가’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더민주 원내지도부는 “원내 1당이 의장을 맡은 게 관례”라면서 “새누리당이 (의장 양보) 말을 바꿨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의장직 사수’로 돌변한 배경에 청와대 개입설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더민주는 앞서 새누리당이 의장직을 가져가는 대신 기획재정·정무·예산결산특별위원장 중 하나를 더민주에 줄 수 있다는 새누리당의 ‘수정 제안’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는 특히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각각 의장 후보를 내고, 본회의 투표에 부쳐 의장을 선출하자는 국민의당의 ‘국회의장 자유투표’ 제안을 전격 수용, 새누리당에 조속한 원 구성 합의를 압박하고 나섰다.
여야가 이처럼 국회의장과 핵심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을 두고 교착상태를 거듭하며,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여소야대·3당 체제로 변한 20대 국회에서 초반 주도권을 서로 잡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원 구성 협상은 향후 입법지형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가장 큰 사안이고, 이번 협상이 여야 원내지도부의 첫 의제인 만큼 여야 3당 모두 “협상에서 절대 밀릴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각 당이 이번 협상을 두고 내부 셈법을 달리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새누리당은 불과 한 석 차이로 원내 2당이 됐고, 탈당파 무소속 의원 7명이 복당하면 원내 1당이 되는 만큼 국회의장직을 포기할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복당을 빨리 결정하면 새누리당은 원내 1당 지위를 차지할 수 있고 원구성 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지만,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간 신경전이 여전해 의장을 국회의장이 차지해도 또 한 번 내홍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더민주는 문희상·이석현·정세균(이상 6선)·박병석·원혜영(이상 5선) 등이 이미 국회의장직 도전을 선언한 터라, 원내지도부로선 의장직을 기필코 가져야 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국민의당은 3당으로서 의장직은 가져올 수 없지만, 두 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키우고 실리를 챙기려는 계산이다.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이날 “선(先) 의장, 후(後) 상임위원장’협상안을 제시하며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게다가 국회의장단 선출을 통해 의장을 더민주가 차지할 경우 야당몫 부의장을 국민의당이 차지할 수 있다는 현실적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의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원 구성이 법정시한을 넘긴 것과 관련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 소속 의원의 세비를 반납하자는 지도부의 의견을 전체 당론으로 채택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일부 소속 의원들의 반대 여론에 대해 “국민의 법정 기일을 지켜 개원하라는 요구가 있으므로 두 당에 대해 원 구성 압박용”이라며 양해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