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주 WSJ 조사에 참여한 9명 이코노미스트 전원은 RBI가 7일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경우 인도 재계의 요구를 묵살하는 것이어서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의 향후 거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BI가 지난 4월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6.75%에서 6.50%로 인하한 이후, 인도에서 가장 막강한 기업 연합체인 인도 상공회의소는 제조업 등 일부 산업 부문의 하방 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RBI에 금리를 추가 인하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오는 9월에 3년 임기가 끝나는 라잔 총재는 인도의 인플레를 억제하고 거시경제 안정성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라잔 총재는 2013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인도 루피가 달러 대비 급락하는 상황에서 총재로 취임했다. 당시 인플레이션은 지나치게 높았고 성장률은 낮았다.
우선 그는 시장 안정에 나섰다. 금리를 올렸고 물가 안정을 약속했다. 오래지 않아 현지 언론은 그를 ‘록스타 이코노미스트’이자 '절름발이 센섹스 지수에 활력을 되찾아준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지난 1년간 라잔 총재는 금리를 세 번 인하하고 정부와 새로운 통화정책 프레임워크를 논의하고 은행들의 재정을 강화시켰다. 소비자 지출이 살아나면서 올해 1분기 인도의 경제 성장률은 7.9%까지 올랐다. 직전 분기 7.2% 대비 한층 개선된 수치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라잔 총재가 RBI를 떠날 경우 즉각적으로 인도 증시가 급락하고 통화 가치가 추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에리안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전직 CEO였던 모하메드 A 엘은 “나처럼 많은 사람들도 라잔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중앙은행 총재에 속한다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인도 인민당 또는 바라티야 자나타당의 일부 정치인들은 중국의 경제 둔화가 인도에 미칠 영향이나 정부의 제조업 부흥 노력의 효과와 관련해 라잔 총재와 의견이 엇갈린다.
수브라마니안 스와미 의원은 라잔의 금리 정책이 “산업의 몰락과 실업률 상승을 초래한다"며 지난달 라잔 총재의 퇴진을 요구했다.
또 인도 상공회의소는 인도의 인플레가 억제된 것은 유가와 상품 가격 하락 때문이지 라잔 총재의 뛰어난 능력 때문이 아니라며, 라잔의 금리인하 수준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도 정부는 아직 라잔 총재의 재임명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으며, 라잔 총재도 향후 거취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최근 WSJ과의 인터뷰에서 모디 총리는 라잔 총재의 재임명과 관련해 “이런 행정적 문제는 언론이 관심을 쏟을 일이 아니라고 본다. 게다가 이 문제는 9월이나 돼야 결정될 사안”이라고 밝히며 직접적 언급을 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