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창범 기자 = “SAP는 향후 최고의 미래사업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분야 보다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다양한 데이터의 활용에 대해 고민할 계획입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기반을 마련한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의 한국 대표를 맡고 있는 형원준 사장이 제시한 미래사업 계획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1990년 SAP 솔루션을 도입한 후 세계 일류기업으로 약진했다.
삼성전자에서 자리를 옮겨 10년째 SAP에 몸을 담그고 있는 형원준 SAP 코리아 대표를 7일 아주경제가 만났다.
형 사장을 만난 곳은 압구정동 근처 ‘일지아트홀’에서다. 직접 눈으로 결과물을 볼 수 없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특성처럼, 형사장은 기업의 사업 질을 높여주는 ‘소프트웨어 솔루션’ 제공과 함께 ‘숨어있는 인재 발굴 양성’ 사업에 주력하고, 향후에도 여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말로 운을 뗐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SAP란 기업을 잘 모른다. 하지만 B2B(기업간 거래) 쪽 전세계 기업들 중에선 모르는 기업이 없을 정도로 잘 나간다.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으로 전세계 식품 업계의 78%, 전세계 의료기기 업계의 82%가 SAP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 거래 매출의 76%가 SAP시스템을 통해 처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SAP는 다른 IT업체와 달리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관련 영역에서 중심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얘기다.
형 사장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실시간으로 분석하려면 속도가 핵심”이라며 “그 중심에는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SAP HANA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데이터를 메모리에 저장해 처리 속도를 올린 ‘인메모리 플랫폼’이라는 기술로 현재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 중이다.
가장 좋은 사례로 분당서울대병원이 꼽힌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미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도입해 더 나아가 개인화된 헬스케어를 위해 전세계 의료진들과 협업하며 맞춤형 의학을 선도할 계획도 갖추고 있다. 이에 대해 형 사장은 "각 환자에게 개인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이미 SAP는 지난 5월 열린 2016 사파이어 나우에서 새로운 헬스케어 솔루션인 ‘SAP 커넥티드 헬스 플랫폼(SAP Connected Healthcare Platform)’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 플랫폼은 개인의 건강 증진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인 제약회사, 의료기관, 연구원, 개발자 등이 모여 통합된 맞춤형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 보다 혁신적인 환자 중심의 솔루션을 개발한다.
또한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축구대표팀이 ‘SAP HANA 솔루션’을 활용했다는 사례도 들었다. 현재 SAP 스포츠 원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는 이 솔루션은 선수들의 순간 가속도, 체력, 호흡량, 활동량, 슛 방향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전략 수립과 선수 교체 등 감독이 내리는 결정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형 사장의 숨은 역할은 소프트웨어 솔루션 영역 뿐만 아니라. 인력양성 부분에서도 눈길을 끈다.
형 사장을 만난 날도 ‘경단녀’라 불리는 ‘경력단절 여성’에게 채용과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백투워크(Back-to-Work)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발표된 날이었다.
청년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어느 누구의 눈길도 받지 못하고 있는 여성인력 양성을 위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지원제도를 SAP코리아가 선제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의미있는 행보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2013년에는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SW개발자 양성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자, 당시 형 사장은 선제적으로 SW교육을 통해 배출된 인재들을 삼성SDS, LG CNS 등 대기업의 IT계열사와 연계해 바로 취업할 수 있게 만들겠다며 국내 SW시장 생태계 형성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디자인 씽킹’이라 불리는 방법을 도입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디자인 씽킹이란, 외형적 디자인을 하기 위한 미학적 접근방식이 아니라 대중 자신도 모르고 있는 잠재적 욕구를 발굴한 뒤 이를 디자인에 적용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즉 혁신적 결과를 도출하는 창의적 문제 해결 방법을 의미한다.
형 사장은 “디자인 씽킹 방법론을 도입해 사회 전반 걸친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물론 SAP 임직원들의 혁신 역량도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인력양성이 국내 IT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 성장에 필수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SAP코리아는 지난해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형 사장은 대표를 역임한 지난 8년동안 매출규모는 3배 이상 성장했으며, 본사인 SAP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큰 존재가 됐다.
형 사장은 “20주년 당시 발표한 새로운 경영방침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면서 “SAP는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의 표준 플랫폼이 되고,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도안자로, 디자인 씽킹을 통해 인재가 뛰어놀 수 있는 직장을 만들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이어 “성공적인 디지털 변혁을 이끌어 내고 고객사의 성공을 위한 탄탄한 소프트웨어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SAP 코리아의 목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