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이번 대화 개막식에서 “미국과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지속적으로 공동보조를 맞춰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양국이 제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마땅히 보조를 맞춰야하고 지속적으로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모든 행동을 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중국은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으로 북중간 화해 무드가 조성된 만큼 강력한 제재에서는 한 발 빼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오히려 중국이 북한의 입장을 미국에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
양국은 이미 이번 대화가 열리기 전부터 북한을 놓고 치열한 전초전을 벌였다. 미국은 리 부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지난 1일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고 북한의 국제금융 거래를 제한했다. 이를 두고 리 부위원장의 방중 이후 북한을 감싸 안으려는 중국에 미국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은행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제3국의 은행이 미국 내 외환계좌를 북한 금융기관과 거래에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겨냥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어 미국 상무부는 다음날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화웨이(華爲)에 대해 북한 등 미국이 지정한 제재 대상 국가에 대한 5년치 수출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5일 폐막한 ‘제15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는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양국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결국 이번 대화에서도 양국은 한 치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강력한 대북 압박을 요구하는 미국의 강공에 중국이 반발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북핵 해법이 더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핵 문제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철강·반도체 무역 분쟁, 위안화 환율 등에 대해서도 양국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양국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패권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는 이번 미중 전략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국의 대립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격랑이 빠질 경우 대북 제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중이 (북핵 문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중국과 미국이 같은 이해관계가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