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특별한 게 하나 없네

2016-06-0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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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포스터]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필재(김명민 분)는 전직 경찰이라는 이력을 무기로 해 범죄 현장을 제집 드나들듯 하는 법률사무소 사무장이다. 동료였던 경찰들이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다”고 미란다 원칙을 외며 범인 손에 수갑을 채울 때, 필재는 “능력 있는 변호사로 형량을 줄여주겠다”며 범인 손에 명함을 쥐여준다. 돈 냄새를 놓치는 법이 없는 속물 필재에게 “대해제철 며느리는 내가 죽인 것이 아니”라는 편지가 날아든다. 감옥에서 온 이 편지로 인해 필재는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울며 겨자 먹기로 꾸역꾸역 거대 권력에 맞선다.

익숙한 이야기다. 달걀로 바위 치기처럼 물 보듯 빤한 갑(甲)과 을(乙)의 싸움을 기어코 접전으로 만들고, 어김없이 을에게 승기를 쥐어주는 전개는 1000만 관객에 빛나는 ‘베테랑’과 2016년 최고 흥행작 ‘검사외전’에서 이미 본 것이다.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택시기사(김상호 분)가 혼자 살아갈 어린 딸(김향기 분)을 그리는 눈물겨운 부정도 이미 ‘7번방의 선물’로 1280만 관객이 보았다.

갑질 풍자를 소재로 하는 영화는 이제 하나의 장르로 봐도 무방할 만큼 이미 많은 작품이 쌓였다. 그럼에도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를 봐야 할 이유를 애써 찾자면 필재라는 현실적인 캐릭터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며 노골적으로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는 기존의 을과 달리 필재는 “세상이 이렇게 막장인 건 유감인데, 도와달라는 소리는 하지 마라.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니까”라는 식이라 현실성 있다. 액션도, 웃음도 비슷한 소재를 다룬 기존의 작품을 뛰어넘지 못한 이 영화가 가진 유일한 새로움이다.

새롭지 않다는 것, 익숙한 것을 답습하면서 기존의 것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은 진한 아쉬움이지만 영화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배우의 공이 컸다. 돈 물어오는 사무장을 모시는 변호사를 연기한 성동일은 늘 그러하듯 준수한 연기를 펼치면서 적당한 웃음을 안긴다. 입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눈으로는 업신여김을 날리는 재벌가 사모님 김영애의 연기는 압권이다.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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