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컨트롤타워가 없다.” 제20대 국회가 초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여·야가 국회 개원에 발맞춰 ‘민생 프레임’을 내걸고 진격했지만, 진통을 겪는 원(院) 구성에 막혀 옴짝달싹 못 하는 형국이다. 대신 여야는 6월 정국 초반부터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정치권 전반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셈이다.
문제는 ‘경제 골든타임’이다. 당·청은 4·13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직후 조선·해운 등 한계업종과 기업 구조조정의 속도전을 예고했다. 하지만 한 달 반이 지나도록 ‘실탄 확보’ 논쟁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스텝 꼬인 당청…정부 컨트롤타워 누구?
1일 여·야와 경제전문가에 따르면 20대 국회 초반 경제 이슈는 △한계기업 정리 등 구조조정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안 △지방세·법인세 등 세법 전쟁 등 크게 세 가지다. 이 중 뜨거운 감자는 구조조정이다.
애초 정부는 4·13 총선 직후 한계 기업의 구조조정에 불을 댕겼다. 단기적 과제는 재정·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장기적 과제는 한계기업 정리에 방점을 찍었다. 여기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실업대책 마련을 전제로 구조조정에 ‘조건부 찬성’ 의견을 피력, 구조조정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정치권은 총선 이후 구조조정 실탄 확보를 둘러싼 논쟁만 하다가 한 달 반을 허비했다. 당·청 간 엇박자도 문제였다. 새누리당은 4·13 총선 직전 ‘한국판 양적완화’를 꺼냈다. 참패로 끝난 총선 이후 박 대통령은 ‘선별적 양적완화’로 톤다운 했다. 다만 한국은행(한은)의 발권력에 기댄 처방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했다.
이 과정에서 한은의 독립성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으로 불똥이 튀었다. 한은은 대안으로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대신 대출 방식인 ‘자본확충펀드’를 제시했다. 구조조정 실탄 확보를 놓고 정부와 한국은행의 스텝이 꼬인 셈이다.
제1당으로 올라선 더민주와 독자적 국민의당 경제통들은 정공법으로 통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힘을 실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구조조정 실탄 확보를 놓고 두 달 가까이 시간이 허비한 꼴”이라며 “정치권은 입법하는 선에서 그치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구조조정 실탄 확보 방안 등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려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중앙 vs 지방’ 구도 여전…세법전쟁도 화약고
‘중앙 대 지방’ 구도가 짜인 지방재정개편안도 논쟁 지점이다.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개편안은 법인 지방소득세의 절반 가량을 도세로 전환,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에 배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방 세수의 형평성을 위한 조치다.
하지만 재정 수요보다 수입이 많은 성남시를 비롯해 수원·용인·화성·고양·과천시 등 6개의 ‘불(不) 교부단체’는 총 8000억원의 재정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누리과정(만 3세∼5세 무상보육) 예산 떠넘기기에 이은 ‘예산권 박탈을 통한 지방자치 파괴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더민주는 20대 국회에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설 뜻을 밝혔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정부·여당의 이 같은 행태 때문에 예산결산특위원장 쟁탈전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특위 상설화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세수 부족에 따른 세법 개정안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대 2다. 반면 재정지출 비율은 4대 6이다.
국회 개원 사흘째인 이날까지 지방소비세율 매년 3%포인트 인상을 골자로 하는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찬열 더민주 의원)과 지방소비세를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16%까지 상향하는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박맹우 새누리당 의원) 등이 발의됐다.
여기에 법인세 인상까지 덮칠 경우 20대 국회 초반 세법 전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오 교수는 “지출 개혁 없는 세수 증대 방안은 전형적인 조세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