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되짚어도 답을 찾을 수 없다. 수출 부진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5년 안에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노동생산력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장밋빛 청사진보다 저성장 시대를 준비하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성장 시대에 적합한 산업재편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생과 타협이 필요한데 무작정 밀어붙이기식 정책은 오히려 사회갈등을 부추기는 명분이 되고 있다. 그동안 줄곧 3%대 경제성장을 자신하던 정부 스스로가 하반기에 2%대로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줄곧 3%대를 고수했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지난 2014년부터 정부가 제시한 경제성장률 전망을 보면 실제 수치보다 0.6~0.7%P 높았다. 2014년에는 3.9%의 고성장을 자신했지만 세월호 사고 등으로 3.3%에 그쳤다.
지난해도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는 그해 6월 메르스로 소비가 위축되자 추경 등으로 경기부양을 시도했지만 목표치인 3.3%에 턱없이 모자란 2.6%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대부분 경제전문기관에서 2.4∼2.8%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 예상치와 크게는 0.7%P까지 낮은 수치다. 평균적으로 보더라도 0.6%P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상반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3%대로 전망한 기관은 한 곳도 없게 됐다. 지난달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각각 2.8%, 2.6%를 제시했다. KDI는 지난해 말 3.0%를 전망했지만 0.4%P 낮추며 다른 기관과 균형을 맞췄다.
이처럼 시장에서 경제성장률 3%대 달성에 부정적 시각을 보이자 정부는 부담이 커졌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쓰더라도 경기부양을 보장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특히 정부가 6월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 경제성장률과 고용률, 수출증가율 등 주요 지표를 2%대로 겨냥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출 개선 등으로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경기가 개선되면 정부가 목표로 잡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3.1%를 낮추지 않겠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 “정부 역할 너무 많아…선택과 집중 필요”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제전망을 높게 잡은 데 대해 정부의 역할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정부 개입이 늘어날수록 실물경제를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세계경제가 둔화되는 상황에도 성장률을 높인다는 청사진이 시장에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것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정부가 정책으로 경제를 살리기보다는 재정을 확대하거나 추경으로 단기부양을 하려는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KDI는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과 관련해 이론적으로 재정을 확대하면 3%대 성장이 가능하지만 대외여건이 호의적이지 못한 만큼 정부가 무리하게 재정지출을 늘리는 선택을 할 가능성은 적다는 견해를 내놨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에는 정책 의지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3%대를 고수할 필요는 없으며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움직인다면 정책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잠재성장률 하락에는 투자 부진이 가장 크다. 우리 산업구조 자체가 중국에 많이 빼앗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국내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고부가사업부문을 발굴해 키워야 한다”고 진단했다.
주 실장은 이어 “정부가 모든 사업부문을 다 쥐고 가려고 할 것이 아니라 핵심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연구개발(R&D)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