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한국을 찾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한 첫날인 25일 제주에서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 총장의 이 같은 언급은 올해 말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뒤 대선 출마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 총장의 발언은 지난 18일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에게 "(임기가) 아직 7개월이 남았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면 고맙겠다"고 밝힌 것에 비해 훨씬 진전됐다는 평가다.
반 총장은 또 "사실 국가(한국)가 너무 분열돼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국가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면서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로 지도해달라"고 했다.
대선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데 대해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았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가 있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가족들 간에도 (대선 출마를 둘러싼) 이야기가 좀 다르다"고 말했다.
올해 72세인 반 총장은 건강에 대해서도 "1년에 하루라도 아파서 결근하거나 감기에 걸려 쉰 적이 없다"며 "체력 같은 것은 별문제가 안 된다"고 자신했다.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국제회의 등 각종 계기에 7번 만난 사실과 관련해 "제가 7번을 만났다고 하는데 다 공개된 장소이고, 회의가 있어서 간 것"이라면서 "그런 것을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에 기가 막힌다"고 밝혔다.
북한 문제에 대해 반 총장은 "고위급 간에 대화채널을 열고 있다"면서 "남북간 대화채널 유지해온 것은 제가 유일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기회가 되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지난 4월 공개된 외교문서에서 1985년 미국 연수 중에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동향을 현지 공관에 보고했다는 내용과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해 "기가 막히고 말도 안 되는 비판"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뉴욕총영사관에 적을 두고 연수생으로 있었고, 대학신문에 난 것을 보고 복사해 보고한 것뿐"이라면서 "제가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정부와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을 관찰, 보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외교문서에 따르면 유병현 당시 주미 한국대사는 이원경 외무장관에게 미국 학계·법조계 인사로 구성된 '김대중 안전귀국 보장 운동'이 김 전 대통령의 안전 귀국을 요청하는 연명 서한을 전두환 당시 대통령 앞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전문 보고하면서 하버드대학에 연수 중이던 반기문 참사관이 하버드대 교수로부터 입수해 주미 한국대사관에 알려왔다고 적었다.
반 총장은 관훈클럽 토론 후 홍용표 통일부장관 주재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열린 제주포럼 환영 만찬에서 만찬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북한의 행위로 인해 지난 수개월 동안 취할 수밖에 없었던 크고 어려운 결정에 대해 이해한다"고 밝혔다.
또 "외교적 해법이 한반도의 복잡하고 위험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한다"면서 "동시에 외교는 북한이 국제법과 특히 유엔 안보리 결정을 존중하는 데서 확고히 자리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애초 반 총장과 마주 보는 자리에 착석했던 정 원내대표는 만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잠시 반 총장 옆자리로 옮겨 앉아 5분가량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만찬을 마치고 행사장을 떠나면서도 반 총장과 정 원내대표가 귀엣말을 나누는 모습이 목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