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1999년 가요계에 등장한 그룹 클릭비를 기억 할 것이다. 당시 ‘꽃미남 밴드’라는 수식어를 가진 7인조 클릭비는 거대한 팬덤을 거느리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클릭비는 짧고 굵은 활동을 뒤로하고 해체 돼, 많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당시 클릭비에서 조용하고 묵묵한 파트인 드럼을 담당했던 멤버 하현곤은 2002년 그룹을 나온 뒤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군 복무를 모두 마친 뒤 2008년 하현곤 팩토리로 ‘하현곤 캘린더’라는 이름의 신곡을 매월 발표하며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음악 작업하면서 지냈어요. 특별할 것 없었어요. 매달 내는 캘린더 형식의 음악이라 눈 뜨면 기타 치고, 밥 먹고 작곡하고 그랬죠.(웃음) 요즘엔 술 자리는 많이 줄이고 지인들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죠.”
하현곤의 이번 신곡 ‘필 소 굿’은 그의 음악 색깔이 가장 잘 묻어나는 곡이다.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랑 이야기다.
“제가 어려운 음악을 못해요. 이지 리스닝 음악을 하는 편이죠. 이 곡은 그날 하루의 모든 것이 다 좋은 기분이죠. 그냥 좋아하는 이성의 이야기를 넣어 곡을 풀었는데 그 날 기분의 ‘굿’이라는 느낌을 한 단어로 정리해 가사를 썼습니다.”
과거 클릭비 멤버 하현곤으로 활동했을 때는 ‘드러머’라는 포지셔닝 때문에 어두울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음악 색깔은 물론이거니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유쾌하고 발랄한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진득하게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많이 발전할 거예요. 예전엔 정말 거침없었죠. 그땐 멤버들도 있었고, 인기도 있고 팬도 있었으니까요. 많은 걸 갖춘 상태에서 그 안에서 움직이니까 제가 뭔가 된 듯한 느낌이었죠. 그땐 거만했던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자의가 아닌 타의로 클릭비를 나오게 되면서부터는 겁이 많아졌습니다. 그 이후로 활발한 성격이 잠시 없어졌죠. 많이 힘들었는데 군대를 가면서 성격이 많이 좋아졌죠.(웃음) 그리고 군 제대 후 ‘하현곤 캘린더’를 시작하고 나서 좀 더 조심스러움이 생겼습니다. 그때는 홍보는 아예 손을 대지도 못했죠. 그때 많이 느꼈습니다. 음반을 준비하는 게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한 곡 나오는 것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나오는 거란 걸요. 그런 과정을 직접 나서다 보니 예전엔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됐죠. 그런 많은 것들이 힘들다고 깨달은 순간 머리가 더 숙여지고 허리가 굽혀졌습니다.”
화려하기만 했던 과거 영광을 벗어나 보니 하현곤은 그제야 알게 된 것들이 너무나많았다. 한 곡이 탄생하기 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하는지 말이다. 그는 오롯이 혼자 활동을 하면서 더욱 성숙해졌다.
하현곤은 현재 매달 신곡을 공개하는 ‘하현곤 캘린더’를 발표하고 있다. 사실 말이 한 달에 한 번이지, 곡 하나를 한 달에 한 곡 씩 낸 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어려운 일을 하현곤은 해내고 있었다.
“군대를 가서 결심했어요. 사실 당시 군대를 갈 땐 다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도피한다는 느낌으로 간 게 사실이었거든요. 그래서 군악대도 신청하지 않고 일반 현역으로 지원했죠. 그런데 너무 운이 좋게도 제가 갔던 사단에 군악대가 있었고, 거기에 뽑히게 됐습니다. 내무실에서 여가 시간이 생기면 TV도 안 보고 곡을 썼습니다. 당시 군대에 테이프 데크가 있어서 녹음도 하고 가사도 많이 썼죠. 그래서 군대에서 곡을 많이 쓰고 제대했습니다. 처음부터 ‘하현곤 캘린더’를 한 게 아니라 2008년도에 첫 앨범이 나왔는데 그 다음해에 한 곡이 나왔었죠. 그리고 (우)연석이 형이 기획사를 설립한다는 소식을 듣고, 연석이 형과 음악 작업을 하다 ‘월간 윤종신’에 힌트를 얻어서 ‘하현곤 캘린더’를 내게 됐습니다.”
이번 신곡을 통해 수면위로 올라온 하현곤은 새로 옮긴 소속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신의 음악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사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음악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여태껏 앨범을 내면서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노력했고, 활동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홍보를 하려면 시간 투자를 많이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회사를 알아보게 됐는데, 미팅을 하면서 열정을 느꼈어요. 대표님께서 나이가 많은 분이 아니시라 그런지 ‘이것 아니면 안 된다’라는 게 있어서 그 열정이 좋았어요. 그런 마음으로 진행해왔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충분히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교적 쉽게 회사를 결정했죠.”
소속사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하현곤은 방송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특히 본인이 원하는 공연 쪽으로의 행보도 계획 중이라고.
하현곤은 아이돌 그룹 클릭비로 활동했지만, 그 역시 당시 시대를 주름잡았던 핑클, SES의 팬이기도 하다. 특히 하현곤은 현재 DSP미디어가 대성기획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 젝스키스-핑클의 뒤를 이은 후배 그룹으로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자신도 선배인 그룹들의 노래를 듣고 자란 세대임을 말하며 수줍게 웃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자신의 같은 소속사 선배 그룹이었던 젝스키스의 재결합 소식을 접한 뒤 만감이 교차했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젝스키스 선배님들 모습을 보면서 울었어요. 예전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그 당시 저희 데뷔 후 공식 첫 무대가 ‘음악캠프’였는데 비공식 첫 무대는 젝스키스 선배님들 콘서트 무대였거든요. 당시 (이)재진이 형 솔로 무대 때 저와 노민혁, 오종혁, 김태형(강후), 저까지 네 명이 처음으로 밴드 연주로 무대에 섰었거든요. 그때 생각이 너무 나는 거예요. 16세였으니.. 주마등처럼 그 시절이 스쳐 지나가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또 최근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 기사를 접하면서 ‘우리 멤버들은 이 기사를 봤을텐데..각자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궁금하기도 했죠.”
그리고 하현곤 역시 선배 젝스키스처럼 클릭비라는 이름에 하나의 그룹으로 온전히 활동하길 염원했다.
“개인적으로 저는 우리 팀도 빨리 뭐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젝스키스 선배님들과 합동공연도 했으면 좋겠더라고요. 지난해 콘서트를 했는데, 콘서트가 끝나도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여전히 여운이 남아 있어요.”
그 당시 아이돌은 그랬다. 지금처럼 팀 활동과 함께 개인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오직 그룹 활동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했고, 자신들의 의견이 달라도 팀을 위해 희생하는게 어찌보면 당연한 시대였다. 그러다보니, 소속사와의 계약문제라든가, 각자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 팀이 해체되는 경우가 굉장히 비일비재 했다. 클릭비도 그런 추세를 거스를 순 없었을거다.
“회사에 방침이었어요. 지금과는 많이 다른 시스템이었죠. 지금은 회사에서 수익이 나야하기 때문에 가수에게 투자를 해서 돈을 벌었고, 혹여나 상품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도 미래를 내다보고 방향성을 제시해준다거나 했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거든요. 가치가 있는 사람들만 잡아뒀죠. 저와 연석이 형, 호석이는 팀을 나오게 됐습니다. 그렇게 클릭비에서는 탈퇴하게 됐죠. 후회는 없어요. 오히려 고맙게 생각해요. 이렇게 홀로 설 수 있게 만들어준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동기부여가 됐죠. 그런 것 있잖아요. 그때는 상품의 가치가 떨어졌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고 우리가 가치를 낮게 봤던 저 아이가 이렇게 성장했구나 하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음악방송 1위도 해봤고, 많은 팬덤을 거느려봤고. 음반 역시 50만장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클릭비는 짧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고 해체됐다. 물론, 지난해 다시 뭉쳤지만 사실 클릭비라는 이름으로 방송 활동이나 공연을 활발하게 펼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서 과거의 화려함이 더욱 그리울 법도 하다. 그러나 그는 특유의 긍정으로 덤덤하게 웃었다.
“제가 사실 팀에서 그렇게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멤버가 아니라 그런 허전함이나 슬럼프가 크진 않았던 것 같아요.(웃음) 물론 없진 않았죠. 아주 작았기 때문에 멤버들에 비해 전 큰 편이 아니었고, 그냥 같이 7명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것 같아요. 솔로 활동을 할 때는 혼자니까 빈자리도 컸고, 클릭비가 4명으로 축소가 되면서 타의로 나오게 됐을 때 그때만 좀 힘들었어요.”
그리고 허전한 빈자리를 채워준 멤버들과 함께한 지난해 콘서트에서 하현곤은 가슴 깊은 곳의 뭉클함을 느꼈다고.
“울기 직전까지 갔던 것 같아요. 뭔가 뭉클하더라고요. 오랜만에 드럼 앞에 앉아서 공연을 했더니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어요. 퇴보됐다는 느낌이 들면 안되잖아요. 그리고 콘서트 시작과 함께 무대에 조명이 탁 켜지는데...팬들이 눈앞에 보이는 순간 기분이 정말 이상하더라고요.”
하현곤은 1세대 아이돌그룹 클릭비 출신이라는 경험이 자신의 인생에서는 남다른 자부심으로 남아있었다. 그리곤 데뷔 18년이 지났지만 해체 한 번 없이 팀을 지켜온 그룹 신화에 대한 경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신화 형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 역사에 남을 팀이겠죠. 이제 저희도 클릭비로 뭉칠 수 있는 적기가 된 것 같아요. ‘지금부터다’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내뱉고 싶어요. 지금부터가 시작 아닐까요.(웃음)”
그렇게 하현곤은 본인만의 음악으로, 또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클릭비 활동을 계획했다.
“올해도 하현곤 캘린더는 계속 할 예정입니다. 다방면으로 제 노래를 알릴 수 있는 공연이나 방송 등은 다 할거에요. 지금까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알려가는 계획이 될 것 같습니다. 클릭비 활동은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올해 공연을 또 계획하고 있습니다. 공연이 확정된다면 팬 분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겠죠.”
하현곤은 데뷔부터 지금까지 약 17년 동안 자신의 곁을 지켜준 팬들과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음악으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던 하현곤. 어렵기만 했던 과거의 화려했던 아이돌 그룹 멤버가 아닌 친근한 동네 오빠같은 하현곤의 활동에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