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시의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용 유리 제조업체 루이비다(瑞必達). 지난 2012년부터 생산인력을 로봇으로 대체 하기 시작했다. 과거 생산라인에 가득했던 노동자들은 이제 수백 대의 로봇으로 대체됐다. 청젠쥔 루이비다 사장은 “월 1500만에서 2000만개 제품을 만든다 치면 최소 6000명의 노동자가 필요한데, 로봇으로 대체하면 1800명만 있으면 된다”며 “로봇으로 생산인력을 대체한 후 생산 효율성이 10배로 올랐다”고 말했다. 로봇에 투자한 5000여만 위안의 비용 회수도 시간문제라는 게 청 사장의 말이다.
루이비다는 광둥성 생산라인에서 이뤄지는 '로봇혁명'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광둥성 정부는 향후 3년 안으로 최소 1950개 주요 제조기업의 생산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목표도 내세웠다.
중국‘개혁개방 1번지’ 광둥성이 ‘로봇산업 1번지’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광둥성 산업 구조조정 속에서 로봇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21세기경제보는 25일 로봇이 생산인력을 대체하면서 일부 생산요소와 인력구조가 고도화되고 있다며 이를 ‘신(新)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었다.
광둥성은 중국의 최대 로봇천국으로 불린다. 광둥성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말 기준 광둥성 산업용 로봇 보유량은 4만1400대로 중국 전체 로봇시장의 18.8%, 전 세계 시장의 2.49%를 차지했다. 광둥성 정부는 오는 2020년 말까지 로봇 보유량이 30만대 이상으로 늘어나 전국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른 로봇 밀집도도 1만명 당 100대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산업구조조정 속 로봇 만이 살길
이는 노동력 결핍, 인건비 급증 문제에 맞닥뜨린 광둥성 경제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로봇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1~3분기 광둥성 정부가 제조업체 2만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곳당 부족한 노동자 수가 평균 38명에 달했다.
급증하는 인건비 문제도 로봇이 해결해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주장(珠江)삼각주 지역의 일반 노동자 임금은 지난 2008년 이후 7년 사이에 860위안에서 1895위안으로 2배가 넘게 뛰었다. 개혁개방 이후 30년동안 임금이 고작 100여 위안 오른 것과 대조를 이룬다. 광둥성 포산(佛山)시 정부 관계자는 “로봇이 생산노동자 8명을 대체할 수 있다”며 “일반 제조업체 노동자 1명당 인건비가 한달에 3500위안이라 치면, 1년에 30만 위안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로봇은 정밀한 작업이 요구되는 첨단 IT기기 자동화 라인에서 경쟁력을 보인다. 루이비다 청젠쥔 사장도 생산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한 후 화웨이·삼성 등 IT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낌없는 지원사격
광둥성 정부 차원에서도 각 공장에서 로봇을 도입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해 '스마트제조업 발전계획', '제조업 구조조정 업그레이드 3년 액션플랜'을 잇달아 발표해, 3년 안으로 9400억 위안(약 170조원)을 투자해 제조업의 자동화·스마트화·첨단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둥관시 정부는 각 기업들의 로봇 도입을 위한 보조금을 따로 마련하고, 기술개조에 들어가는 비용 전액을 대출해주고 있다. 둥관시에 따르면 제조업기업의 66%의 생산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한 후 노동생산성이 64.9% 오른 것은 물론, 제품 품질 합격비율도 89.3%에서 96.6%로 높아졌다. 제품 개당 제조비용도 12.5% 하락했다.
포산시 정부도 매년 5300만 위안의 예산을 배정해 대기업, 노동집약형 중소 영세기업의 로봇 도입과 자동화 설비 개조를 지원하고 있다.
▲거리·메이디를 배우자
노동자들이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면서 대량의 실업문제를 야기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광둥성에서만 농민공 800만명이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 로봇 1대당 평균 6.5명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다고 계산한다 쳐보자. 로봇 수가 5만대씩 늘어날 때마다, 32만의 실업자가 거리로 나앉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노동자들을 각종 직업 훈련을 통해 고급 노동자로 육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위해 광둥성 주하이(珠海)에 본사를 두고 있는 거리그룹은 로봇을 통한 자동화를 실현함과 동시에 노동자의 직업훈련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 내 로컬 로봇기업 경쟁력이 아직 취약해 해외 산업로봇 기업들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은 스위스 ABB, 일본 화낙과 야스카와 독일 쿠카 등 4대 기업이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장쉬(張旭) 광둥로봇산업협회 비서장은 "중국 로컬 로봇생산기업 대부분이 조악한 게 현실"이라며 "대다수 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와 조립하고 있으며, 로봇을 연구개발(R&D)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포산시에 소재한 메이디 그룹은 최근 거액을 투자해 지속해서 쿠카의 지분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로봇 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메이디는 앞서 일본 야스카와와도 로봇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