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호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아주경제 모석봉 기자 = 해외여행을 위해 짐을 챙길 때면 여권, 여행 책자와 함께 항상 준비하는 것이 있다.
속칭 돼지코(?)라 불리 우는 전기 콘센트 어댑터는 어느 나라에 가던 가방에 챙기는 여행 필수품이다.
의약품의 허가를 받을 때에도 콘센트 어댑터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약품 허가신청 시 제출한 자료를 국외에서 허가신청 시에도 사용 할 수 있는 국제공통기술문서(Common Technology Document, CTD) 이다.
다른 하나는 식약처의 현장 실사를 받은 의약품 제조소에서 만든 의약품을 수출 할 때, 수출국으로부터 실사를 면제 받을 수 있는 의약품 상호 실사 협력기구(PIC/S) 가입이다.
국제공통기술문서는 각 국가별 의약품 허가 규정의 조화를 위해 설립된 의약품 국제 조화회의(International Conference on Harmonization of Technical Requirement for Registration of pharmaceuticals for human use, ICH)에서 추진하였으며, 제약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일본, 유럽이 주도하여 도입한 의약품의 안전성, 품질, 효능에 관한 허가를 위한 제출양식이다.
식약처는 2009년 신약 허가에 대해 국제공통기술문서 제출을 의무화 한 이후, 올해 3월 20일 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네릭의약품 허가 시 이 문서를 사용하도록 의무화 하였다.
국제 조화된 문서양식을 사용함으로써 의약품 제조업체는 해외 등록용 자료의 별도 작성을 피할 수 있고 자료 수준의 국제화를 통한 의약품 품질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다음으로, 의약품 상호 실사 협력기구 가입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자.
국내에서 제조한 의약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수입국의 의약품 감독기관 또는 수입회사로부터 우리의 제조소가 시설과 시스템이 우수 의약품을 제조하는데 적합하다는 현장 실사를 받아야 한다.
이 현장 실사는 수입국에서 우리나라 현장을 둘러보고 다시 돌아간 후 적합하다는 결과 통보를 받기까지, 한 품목에 대한 수출 허가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더하여, 수출하고자 하는 나라가 많아지기라도 하면 그 시간과 비용은 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식약처가 의약품 상호 실사 협력기구에 가입함에 따라 식약처가 인정한 제조소는 중복 심사를 받지 않게 되어 시간과 비용을 절약 할 수 있게 된다.
식약처는 ‘규제기관’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위에 언급한 두 가지처럼 규제의 세계화, 표준화를 통해 수출 산업을 활성화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찾아 실행하는 것 또한 식약처의 주된 업무로 수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 될 수 있는 표준을 만들고 국내 제약업계가 활용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규제기관이면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라 사료된다.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의약품 분야의 규제가 콘센트 어댑터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이다.
표준을 만들고 나서 ‘이 모양과 크기가 표준이니 이것으로 사용하면 됩니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의약품 허가 심사와 실사를 수행하는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식약처 정책담당부서에서 만든 정책과 규정을 관할 제약업계가 이해하고 관련 준비를 잘 할 수 있도록 더 많이 소통하고 눈높이를 맞추고자 한다.
의약품 분야의 경쟁력 있는 ‘돼지코’ 발굴과 그 활용을 위해 지역 산업체와 지속적인 노력을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