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근무환경 탓 태아에 질병 주장 간호사들, 산재 인정 안돼"

2016-05-1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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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간호사들이 과중한 업무로 선천적 질병을 가진 아이를 출산했다며 산업재해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1심은 태아의 질병에 산업재해를 적용한 첫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은 질병에 걸린 당사자(아기)가 아닌 간호사들은 요양급여를 받을 권리가 없다며 결론을 뒤집은 것이다.

서울고법 행정11부(김용빈 부장판사)는 B씨 등 제주의료원에 근무했던 간호사 4명이 "요양급여 신청을 반려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은 2009년 임신했지만 유산 징후를 겪은 뒤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낳았다. 이후 이들은 임신 초기 유해한 요소에 노출돼 태아의 심장에 질병이 생겼다며 요양급여를 청구했지만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간호사들과 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 범위에 태아가 포함되는지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상보험법 적용 대상이 근로자 본인에 국한돼 태아는 요양급여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간호사들은 태아가 엄마의 몸 안에 있을 때 병에 걸린 만큼 모체의 질병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1심은 간호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임신부와 태아는 단일체이므로 임신 중 업무 때문에 태아에게 발생한 질병은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여성 근로자가 업무상 입은 재해로 질병을 가진 아이를 낳았더라도 이는 어머니의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어머니에게는 요양급여를 받을 권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출산으로 어머니와 아이가 분리되는 이상(선천적) 질병은 출산아가 지닌 것"이라며 "업무상 재해도 아이에 대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아기에게 급여를 받을 권리가 있는지는 별도의 논의대상으로 한다"고 판시해 여지를 남겼다. 재해를 입은 당사자인 아기들의 이름으로 직접 권리를 청구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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