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육군이 수백억원대 과학화 훈련장비를 도입하면서 핵심 성능이 크게 떨어지자 시험평가방법을 부당하게 완화해 '적합' 판정을 내리고 전력화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30일 동안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육군본부 등 3개 기관에 대해 실시한 감사 결과를 11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육군본부는 지난 2013년 10월 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마일즈 시스템을 개발한 뒤 2014년 9월 152억원 규모의 마일즈 장비 4세트를 납품받았고, 2019년까지 800억원을 들여 20세트를 도입하기로 했다.
마일즈 훈련은 야전 전술 훈련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통신과 레이저 기술이 적용된 장비를 총기에 부착한 뒤 공포탄을 발사하면 센서가 반응하고, 레이저 광탄이 발사되도록 하는 훈련이다. 레이저 광탄이 목표물이나 훈련자에 적중되는 등 훈련 상황은 무선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훈련 본부에 통보된다.
핵심 성능인 '공포탄 감지율'(공포탄 발사를 감지해 레이저를 정확히 발사하는 비율)의 경우 최초 개발계약 당시에는 허용오차가 없었으나 군 당국의 1차 운용시험평가에서 시제품의 성능이 떨어지자 허용오차를 '±1%'로 정했다.
그러나 이를 적용한 2차 운용시험평가에서도 개인화기인 K-1과 k-2는 89.7%, K-3는 83.8%의 감지율을 보여 허용오차를 크게 벗어났다.
그러자 군은 허용오차를 ±5%로 추가 완화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다가 규정을 어겨 아예 운용시험평가 결과를 참고사항으로만 활용하기로 부당하게 평가방법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3차 운용평가시험에서도 공포탄 감지율이 86~92%에 불과했음에도 국방기술품질원의 개발시험평가를 통과했다는 이유로 성능 보완이 이뤄지지 않은 채 적합 판정이 내려졌다.
마일즈의 또다른 핵심 성능인 '영점유지'(일정량의 사격 이후 당초 영점이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의 경우에도 요구성능을 크게 밑돌았다.
2차 운용평가시험에서 개인화기(K-1, K-2. K-3)는 38.8%가 영점유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공용화기인 90㎜ 무반동총과 PZF-3은 영점유지율이 각각 0%, 6%에 불과했다.
육군본부가 2013년 5월 3차 운용시험평가를 실시한 결과 K-1, K-3의 경우 영점유지가 된 화기가 하나도 없었고, K-3는 34%, 90㎜ 무반동총은 25%, 대전차화기 PZF-3는 50%만이 영점유지를 했다.
그렇지만 육군본부는 또다시 평가 방식을 바꿨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안건을 작성한 뒤 적합 판정을 내렸다.
감사원이 4개 사단을 조사한 결과 협곡 등의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통신이 지연되고, 가까이 있는 훈련병 사이에도 통신이 원활하지 않는 등 통신접속률은 49.2%∼60.2%였다.
업무 담당자 A사단장은 사업단에서 시험평가 규정을 바꾸는 것에 반대하자 "내가 책임지겠다"며 변경을 강행한 뒤 합격 판정을 내렸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육군본부가 지난해 9월 103억원을 들여 구축한 과학화 훈련 시스템에도 문제가 많았다. 과학화 훈련 시스템은 기계화보병이나 전차대대가 실제 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다.
그렇지만 3차례의 운용시험평가 결과 전차나 장갑차의 위치·영상 정보가 제대로 송수신되지 않는 등 결함이 발생했는데도, 통신접속 상태만 확인(Ping-Test)하는 것으로 평가 방식을 변경한 뒤 적합 판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전차가 특정 지점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표적이 올라오는 전차표적기 자동운용 시스템의 성공률이 72%에 불과해 기준인 99%에 미치지 못하는데도 표적기를 원격 또는 수동으로 운용할 수 있다며 합격 판정을 내렸다.
특히 사업팀장은 개발업체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제과점이나 식당 등지에서 사용했고, 일식집 등에서 저녁식사를 접대받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육군참모총장에게 비위가 적발된 군 간부들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성능이 떨어지는 장비를 보완하도록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