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방문' 아베, 군사 패권 실현할까..."시기상 부적절" 비판도

2016-05-1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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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일 동맹 강조”...미국 "사과는 없다"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71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한다. BBC,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은 이번 히로시마 방문을 통해 일본은 국제적 지위를 강화하고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말 비핵화 추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일본 “미·일 동맹 강조”...아베 군사 패권 탄력 받나

일본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계획을 적극 반기면서 '미일 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일정에 동행하는 것만으로도 미·일 관계의 새 시대를 강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도 "양국 동맹은 세계의 안정과 번영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로서는 이번 히로시마 방문을 계기로 국정 드라이브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는 북한의 핵실험을 지렛대 삼아 안보법 강화·헌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군사 패권을 꿈꿔왔다. 그러나 '안보법은 전쟁법'이라는 인식에 따라 지금까지는 헌법 개정 반대 시위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히로시마 방문을 계기로 올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에 대한 힘 실어주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베 정권은 지난해 9월 다수 야당의 반대 속에 집단 자위권 행사 권한을 늘리고 자위대의 행동 반경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안보법을 통과시켰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는 ‘헌법 9조 개헌’을 중대 목표로 삼고 있다. 헌법 9조는 전쟁과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있어 개정될 경우 '전쟁 합법화'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히로시마 방문을 통해 미·일 동맹을 기반 삼아 정권 이미지를 바꾼다면 여론도 상당수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일본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목표인 '북한·중국 견제'에 박차를 가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 미국 “사과는 없다” 선 긋기...'비효율적 방문'이라는 지적도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단은 핵무기 폐기를 주제로 연설을 하거나 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비핵화는 오바마 대통령이 그동안 추진해왔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9년 4월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일단은 원폭 돔이 있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찾아 헌화하고 원폭자료관을 둘러보는 계획이 유력하다. 미 외교 전문지 디플로매트는 "앞서 존 케리 국무장관도 지난달 G7 외교장관 회의로 인해 히로시마를 방문시 평화 기념 공원과 박물관을 방문했었다"며 "그 정도 수준으로 방문할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방문이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 개념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하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피폭자들과의 면담 가능성은 알지 못한다"며 "이번 방문을 과거 원폭 투하에 대한 사죄로 해석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일본과 미국의 입장 차이가 분명하게 나온다.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일본 정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일종의 '사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방문 이후 외교 관계에서 논란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방문이 시기상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방문일은 5월 27일이다. 오는 26~27일 일본 이세시마에서 예정돼 있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잡혔기 때문이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는 국가 보안, 경제 문제 등이 글로벌 어젠다로 채택될 예정이다.

지난달 있었던 G7 외교장관회의에 이어 주요 정책이 결정돼야 하는 자리에서 미·일 관계가 강조되면 민폐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디플로매트는 "각종 현안들이 히로시마 방문에 가려지지 않고 가치에 주목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세시마 서밋의 주최국인 일본에 대한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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