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살해 40대 남매 “내 얼굴 가리지마” 논란

2016-05-11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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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인 지난 8일 발생한 40대 남매의 친부 살인사건 피의자가 10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압송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어버이날에 아버지를 잔혹하게 살해한 40대 남매가 경찰에 붙잡혀 얼굴을 공개해도 된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광역시 북부경찰서는 10일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문모씨(47·여)와 문씨의 남동생(43) 등 2명을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문씨 남매는 어버이날이던 지난 8일 오전 8시께 광주광역시 북구 두암2동의 한 아파트 4층 집 안방에서 아버지(76)를 흉기·공구·둔기로 수차례 찌르거나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매는 “우리 얼굴을 (언론에) 공개해도 된다”고 태연하게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누나 문씨는 과거 교회에서 전도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남동생은 서울 유명 사립대를 졸업한 뒤 오랫동안 고시를 준비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미혼인 남매는 오피스텔에서 수년 전부터 함께 지내왔다.

경찰은 문씨 남매의 아버지와 연인처럼 지내던 채모씨(75·여)로부터 9일 신고를 받고 집으로 찾아가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했다. 채씨는 이날 오후 5시 45분쯤 “문씨 할아버지와 만나기로 했는데 하루 종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신고했다.

경찰이 집 내부에 들어가 확인했더니 아버지 문씨의 시신은 안방에 놓인 고무통 안에 담겨 있었다. 시신 위로는 이불 10장이 덮여 있었다. 시신에는 흉기와 공구가 꽂혀 있고 주변에는 둔기가 놓여 있었다. 고무통에서 세제나 표백제로 추정되는 물질의 냄새가 났다. 경찰은 아파트 입구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녹화 자료를 확보해 분석한 뒤 문씨 남매를 용의자로 특정해 검거했다.

문씨 남매가 8일 오전 2시 30분쯤 아파트 계단을 통해 4층 집으로 올라가 같은 날 오전 9시 9분쯤 다시 아파트를 빠져나오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멘 상태였다. 6일부터 채씨의 집에서 머물던 아버지 문씨는 그날 오전 8시 5분쯤 귀가했다가 변을 당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아버지와 20년간 왕래도 거의 없이 생활해온 문씨 남매는 최근 집에 찾아가 “아파트를 달라”고 요구하면서 다퉜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아버지 문씨는 7년 전 교통사고로 아내와 사별했다. 1억원 안팎의 60㎡(약 18평) 아파트가 사실상 유일한 재산이었다.

경찰은 문씨 남매가 정부에서 한 달에 약 40만원을 지원받아 생활하는 아버지로부터 아파트를 빼앗으려고 갈등을 빚다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남매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성적으로 학대했고 우리 남매를 때린 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문씨 남매가 치밀하게 준비해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에 쓰인 흉기를 생활용품 전문매장에서 구입했고, 최근 세 차례 아버지 집 주변을 사전에 답사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특히 문씨 남매는 범행 이후 도주 계획까지 세운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은 “아들 문씨가 과거 정신 문제로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주변인 진술을 토대로 문씨 남매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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