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독성물질 공급 SK케미칼 관계자 첫 소환…롯데마트·홈플러스 관계자도 소환 예정

2016-05-1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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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아이를 잃은 한 피해자 가족이 지난 9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대책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제품 제조·판매사에 이어 문제의 원료물질 공급업체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10일 SK케미칼 직원 정모씨와 김모씨 등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검찰이 올 1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에 착수한 이래 SK케미칼 관계자가 검찰에 출석한 것은 처음이다.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독성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국내 독점 공급한 곳이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의 제품이 SK케미칼이 만든 PHMG를 원료로 사용했다.

검찰은 정씨 등을 상대로 PHMG를 공급할 때 흡입 독성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용도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SK케미칼은 1997년 공업용 항균 첨가제 용도로 PHMG 제조 신고를 했다. 당시 국내에서 PHMG를 제조·공급한 곳은 SK케미칼이 유일했다.

SK케미칼쪽에서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전용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단서는 아직 없다.

하지만 검찰은 최소한 해당 물질의 흡입 독성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하기 전인 2000년께 초중반 중간 유통상에 PHMG를 공급하며 "호흡기로 흡입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첨부했다.

2003년 PHMG를 호주에 수출할 때도 현지 정부에 흡입 독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SK케미칼이 PHMG의 쓰임새를 몰랐을 리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SK케미칼은 유공 시절인 1994년 국내 처음으로 가습기 살균제(제품명: 가습기 메이트)를 개발·시판했다. 또 다른 살균제 원료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함유한 제품이다.

2001년부터는 같은 물질이 희석된 완제품을 애경산업을 통해 판매했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뿐 아니라 완제품까지 만들어 판 업체가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군의 성분을 제대로 몰랐을 리 없다는게 이런 주장의 주요 논리다.

CMIT·MIT는 과거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서 폐손상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검찰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해당 물질의 유해성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SK케미칼이 민·형사상 책임을 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앞서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올 3월 SK케미칼 전·현직 임원 14명을 살인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옥시·버터플라이이펙트 등과 함께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관계자들도 이르면 이번 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롯데마트 관련 소환자 가운데는 제품의 '약식' 안전성 검사를 수행한 뒤 '문제 없다'는 판단을 한 미국 컨설팅업체 관계자도 포함돼 있다.

검찰의 소환 조사 대상이 제품 유해성이 확인된 4개 업체 전체로 확대되는 셈이다.

두 업체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가 인기를 끌자 자체 브랜드 상품(PB)으로 2006년, 2008년 각각 유사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정부가 폐손상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한 피해자는 롯데마트가 41명, 홈플러스가 28명이다. 사망자는 각각 28명, 1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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