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에는 비정상적인 금융정책을 주장해 전문가들을 경악하게 했다.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라면 무엇보다도 돈을 찍어내기 때문에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국채가 너무 많이 발행돼 채권금리가 오르고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 되더라도 "국채를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며 "기업 경영에서는 언제나 발생하는 일"이라고도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6일 CNBC 인터뷰에서는 "나는 부채의 왕"이라고 말하며, 만기가 돼 갚아야 하는 국채 가운데 일부는 상환하지 않은 채 "협상하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트럼프의 주장이 나오자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전 세계의 금융체계를 완전히 무너뜨릴 위험한 발상이라고 일제히 비판한 바 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의 '안전성'에 의심이 갈 경우 금융시장에서 '신용' 자체의 위기가 닥치며, 동시에 투자자들이 금융자산을 외면하고 실물자산만을 보유하려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트럼프의 '돈 찍어 빚 갚기' 발상에 대해 "모든 미국인이 금융시장을 이용할 수 없게 만들 것"이라며, 그가 경제 현안과 관련해 "얼마나 허황된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맹비난했다.
보수주의 정책연구기관 '아메리칸 액션 포럼'의 더글러스 홀츠-에이킨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세계 금융무대에서 믿을 수 없는 상대로 여겨지는 일이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라며 "북한 경제처럼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도 트럼프의 주장대로 정책을 실시해 미국 국채의 안전성이 흔들리면 "2008년 금융위기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여겨질 만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언론이나 금융 전문가들은 정부의 채무 상환을 의무가 아닌 협상 사안으로 삼을 수 있다는 트럼프의 언급에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해진 조건에 따라 표시된 금액을 반드시 갚는다는 약속 때문에 가치를 지니는 채권을 '협상'의 대상으로 삼아버리면 채권은 물론 채권과 연관된 모든 유가증권의 가격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재앙이 되풀이될 수 있으며, 그리스 경제처럼 미국 경제가 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