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미국의 공화당은 1854년에 결성됐다. 무려 1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미국 양대 정당 중 하나이다.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은 1860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거대 정당인 공화당은 지금 혼돈에 휩싸였다. 전대미문의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의 '적대적 인수'에 성공하는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고 7일 (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 '트럼프'…공화당 '분당위기론'도 나와
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 후보로 확정되면서 공화당에서는 즉각적인 반발이 나왔다. 전직 대통령들 조지 W. 부시와 조지 H.W. 부시, 미트 롬니 전 공화당 2012년 대선 후보를 비롯한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은 잇따라 '트럼프 대선 후보 반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폴 라이언 하원의장에 이어 지난해 말 미국 공화당 대선전에서 중도하차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반 트럼프 대열'에 합류했다.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 보비 진달 전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 트럼프를 비난했던 인물들도 입장을 바꿔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고 6일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앞서서는 공화당 경선에서 하차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외과 의사 출신의 벤 카슨 등은 트럼프의 우세가 확실해지기도 전에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트럼프 "공화당 지지없어도 괜찮아"…끊임없는 제3 후보 추대설
한편 미국 공화당의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도널드 트럼프가 오는 12일 회동을 가질 예정이라고 CNN이 7일 보도했다. 라이언 의장 측이 트럼프 후보를 "아직 지지할 수 없다"고 밝힌 가운데 진행되는 이번 회동에서 양측은 당의 통합 방안과 본선 주요 의제에 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해졌다.
그러나 의견일치를 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언 의장이 전통적 보수주의와 공화당의 가치를 강조하는 반면 트럼프는 국민의 지지를 받은 자신을 중심으로 당이 재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외교, 안보 분야 등 주요 정책에 있어서도 공화당 주류와 트럼프는 큰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 내에서의 반발에 대해서도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다는 모습이다. 8일 방영될 ABC방송의 '디스위크'의 일부 공개된 화면에 따르면 트럼프는 공화당이 "반드시 통합될 필요가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공화당이 통합되면 좋겠지만, 전통적 관점에서 통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않는다"고 발언했다. 이는 곧 현재 자신을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대선 본선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민주당 유권자들까지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며 특유의 자신감을 다시 한번 내보였다.
한편 공화당 일각에서는 계속 제 3후보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WP는 7일 "현 시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제3후보가 없으며, 너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곳곳에서 제3후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고 보도했다.
'제3후보론'로 거론되는 이는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다. 반트럼프 전선에 앞장서고 있는 인물인 롬니 전 주지사가 직접 제3후보로 출마하거나 아니면 공화당 정체성에 맞는 제3후보를 내세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롬니 전 주지사가 지난 5일 워싱턴에서 보수성향 주간지인 '위클리 스탠더드'의 윌리엄 크리스톨 편집장을 만나 올해 대선에서 제3후보를 내는 방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WP는 전했다.
크리스톨은 WP와의 인터뷰에서 "롬니 전 주지사는 지난 대선에서 아깝게 졌다"며 "나는 그가 트럼프와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솔직한 입장을 밝힌 뒤부터 그가 (출마를) 고려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